한동안 잠잠하던 해군기지 건설 논란이 또다시 도내 현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도지사의 논의 중단 선언 등으로 수면밑으로 가라앉았으나 남제주군 일부 주민들에 이어 도내 보훈·사회 단체들이 유치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지난 2002년 도민 반발 등으로 무산된 해군기지 건설 문제는 찬·반 여부를 놓고 뜨거운 논란거리로 재연될 전망이다.

△화순항 해군기지=해군은 2006년∼2014년 8000억원을 투입해 화순항 일대 39만6000㎡에 해군기지를 건설한다. 함정 20여척이 계류할 수 있는 부두와 지휘·지원 시설을 시설하고 상주 인구는 7500여명이다.

해군은 자주 전력 건설의 필요성과 동북아 국가들간의 해양 분쟁 가능성 증대, 동아시아의 해상 교통로 보호 등을 위해 화순항이 해군기지의 최적지라고 설명하고 있다.

△시민·사회단체와 주민 등 반발=해군기지 건설이 추진됨에 따라 시민·사회단체는 ‘제주도해군기지반대도민대책위원회’를 구성, “해군기지 건설 추진으로 ‘제주 평화의 섬’이 근본부터 흔들리고 있다”며 “제주 지역의 군사기지화는 절대 안된다”는 반대입장을 표명했다.

안덕면 지역 이장과 자생단체장 등에서도 지난 5월 논쟁 끝에 해군기지 건설에 반대 입장을 표명하기로 하고 ‘화순항 해군기지 반대 안덕면 대책위원회’를 결성했다.

또 민주노동당과 종교인들도 해군기지 건설계획의 전면 철회를 촉구하는 등 2002년의 뜨거운 논란이 다시 부상할 움직임을 보였다.

△해군기지 ‘수면 밑’=김태환 도지사는 논란이 일자 지난 6월“특별자치도와 행정계층구조 개편 등을 위한 도민 공감대 형성을 위해 해군기지 찬반 논쟁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해군기지 반대 도민대책위원회와 안덕면 대책위원회는 도지사의 입장을 존중해 반대 운동을 잠정 중단하기로 하는 등 해군기지 건설은 논란의 불씨를 안은 채 소강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유치 움직임 본격화=논란의 불씨는 남원읍 위미1리에서 붙었다. 위미1리는 지난 8월 침체일로의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해군기지의 지역 유치를 공식 표명했다. 남원읍의 대부분 지역도 해군기지 유치에 가세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 안덕면 일부 주민들도 지역경제 활성화 등을 위해 해군기지 건설에 찬성 입장을 표명하며 서명 운동을 받는 한편 관련 조직을 결성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게다가 광복회 제주도지부와 제주도 재향군인회 등 도내 보훈·사회단체들은 “평화의 섬을 보장하고 제주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해군의 기동함대 작전기지를 유치해야 한다”며 11일(오늘) ‘제주해군기지 범도민유치위원회’를 발족할 계획이다.

△뜨거운 논란 부상=이처럼 해군기지의 유치 움직임으로 ‘도지사의 논의 중단’은 사실상 큰 의미를 갖지 못하게 됐다. 이런 탓에 해군기지 반대 도민대책위원회와 해군도 ‘정중동’을 보이며 사태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도민대책위 관계자는 “도민 일각에서 해군기지 유치에 대한 움직임이 일고 있어 ‘논의 중단’을 선언한 도지사가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며 “도의 대책을 지켜보면서 사후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안덕면 반대 대책위 관계자도 “화순항 해군기지 유치 운동과 관련해 공식적인 움직임이 없기 때문에 관망중”이라며 “만일 유치 추진위원회가 결성된다면 도지사가 밝힌 논의 중단 시기까지의 활동 자제를 재검토하는 협의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언급했다.

해군 관계자는 “도지사의 선언으로 섣불리 행동하기는 힘들지만 그렇다고 주민들의 요구를 더 이상 무관심하게 대응할 수는 없다”며 “해군의 신뢰성 등을 위해 조만간 타당성 조사 등을 해야지 않겠느냐”고 군기지 건설의 강행의사를 내비쳤다.<이창민·김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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