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에 대한 책임자 처벌과 배상문제가 제외된 채 진상조사보고서 발간과 대통령의 사과만으로는 4·3에 대한 불행했던 과거를 청산했다고 볼 수 없습니다”

올바른 과거청산을 위한 범국민위원회가 주최하고 ㈔제주4·3연구소(소장 이규배)와 제주도4·3사건희생자유족회(회장 김두연)가 공동 주관한 ‘한국 과거청산의 의미와 제주4·3항쟁’주제 심포지엄에서 김창후 4·3연구소 상임이사가 강조한 대목이다.

김 이사는 “원래 과거청산의 방향과 내용은 권위적 정권에서 민주적 정권으로 이행될 때 성격이 좌우되며, 과거청산작업이 올바로 수행되기 위해서는 국민적 합의 속에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이사는 “하지만 제주4·3처럼 어렵사리 타협적 민주정부가 들어선 ‘완만한 이행’의 경우에는 청산대상자들이 정치적 영향력을 가지고 있어 타협적 조치와 법안이 만들어져 청산작업이 파행을 겪을 수 밖에 없다”면서 “4·3역시 예외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때문에 4·3의 경우 애초부터 책임자 처벌과 배상은 아예 무시되고, 소극적 진상조사를 실시한 후 보고서를 발간하고, 위령사업을 진행하면서 모든 책임을 다했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라고 지적했다.

김 이사는 따라서 올바른 과거청산을 위해서는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배상 △명예회복 △정신계승을 위한 기념사업 등 5원칙이 충실히 지켜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이사는 “올 정기국회에 상정된 4·3특별법 개정안 역시 위에서 언급한 과거청산 5원칙 가운데 가해자 처벌과 배상의 원칙이 배제됐다”며 “상정안을 올린 유족과 4·3관련단체의 고충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특별법을 쟁취하던 초심으로 돌아가야 진정한 과거청산과 함께 항쟁으로서의 4·3의 위상과 의미를 되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한국 과거청산의 성격과 방향’주제로 기조강연에 나선 김동춘 성공회대 교수는 “과거청산은 과거에 매몰되지 않고 미래 지향적이어야 한다”면서 “그런 의미에서 과거의 기억을 묻어두지 않고, 후세들에게 다시는 과거의 아픔이 재발되어서는 결코 안 된다는 식의 반복학습을 시키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아울러 “과거청산 작업은 관(官)이 주도해서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며 민간 주도의 활동을 주문한 뒤 “제주4·3의 과거청산을 위한 가장 시급한 과제는 가해 세력들이 진정한 사과를 유도할 수 있는 ‘화해의 프로세스’를 제시하는 것이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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