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용은 사슴의 뿔이 딱딱하게 굳지 않았을 때 자른 것을 말한다. 사슴은 나무의 새순을 골라 먹는 습성이 있고, 동물 중 유일하게 1년에 한번씩 뿔을 갈기 때문에 뿔이지만 자랄 때는 말랑말랑하고 녹용 중에서도 제일 윗부분을 분골이라고 하여 더 약효가 좋은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러한 녹용은 인체의 정혈(精血)을 보강하는 효과가 커서 소아의 성장발육에 좋고, 면역력이 약해 호흡기 질환이 잘 걸릴 때 면역을 증강시켜 호흡기 질환예방에 효과가 크며, 빈혈이나 큰 병을 앓고 난 뒤 회복시키는 힘이 매우 강하다.

사용 시기는 생후 6개월부터 쓸 수 있으며 계절에 관계없이 1년 내내 쓸 수 있고, 단순히 보약으로 복용하는 경우에는 감기나 설사, 기타 질병이 없을 때 쓰는 것이 제일 효과가 크게 나타난다.

항간에는 어린아이에게 녹용을 먹이면 뇌 기능이 저하돼 바보가 된다는 속설이 있다. 녹용은 원기부족이나 중병 후의 건강회복에 효과가 있는 약이며, 특히 허약한 어린이의 성장을 촉진시키고 면역성을 증가시켜 건강한 몸으로 만드는 데 좋다. 따라서 한창 성장하는 어린이는 몸이 건강해야 뇌 세포도 함께 발달할 수 있으므로 녹용을 먹으면 오히려 머리가 좋아질 수 있다.

과거 조선시대에 궁중에서 녹용도난사건이 빈번하게 일어날 때 당시 임금을 모시는 의사가 꾀를 내어 사대문 밖에 방을 부쳤는데 ‘녹용을 먹으면 머리가 나빠지니 백성들은 주의할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이 일 후 궁중에는 녹용도둑이 없어졌다는 설이 있다.

또한 사슴을 키워 녹용을 대량 생산하는 요즘과는 달리 옛날에는 녹용이 서민들은 아예 엄두도 못 낼 정도로 귀했기 때문에, 부잣집 아이는 녹용 먹고 머리가 나빠진다는 질투 섞인 근거 없는 소문이 돌았다고 한다.

그러나 성장기 어린이의 녹용섭취는 예방의학적 효과가 뚜렷하며, 호흡기 질환에 대한 감염횟수가 현저하게 줄어 체력을 강화시키며 뇌세포의 활성을 촉진시켜 머리를 좋게 한다는 논문이 최근에 발표됐다.

<강준혁·한의사·제민일보한방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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