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일. 그 날은 매우 행복한 날이었다. 특별한 선물을 받은 날이었기 때문이다. 좀처럼 들을 수 없는 서귀포시립관악단의 연주가 문예회관에서 있었는데, 그 연주가 나에게는 매우 특별한 선물이었다는 이야기이다.

관악기를 다루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턱관절질환을 가지고 있고 앞니의 모양이나 형태, 혀의 길이와 형태에 매우 민감해서 치과를 찾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인연으로 여러 연주자들을 알게 되었고 치료가 끝나고 좋은 소리를 찾게 되었다며 단원 한 분이 찾아오셔서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초대에 응하게되었다.

사실 연주회장을 찾을 때까지만 해도 별다른 기대를 하지 않았다. 국제관악제라는 대형 이벤트가 해마다 제주에서 열리고 있고, 제주를 찾는 관악단체들이나 도내 관악단체들의 연주가 필자에게 별다른 감동을 주지 못 했었기 때문에 관악단 연주에 대한 기대를 포기해 왔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그 날의 연주는 달랐다. 달라도 사뭇 달랐다. 제주도에 이런 연주 단체가 있다는 것이 자랑스러웠다. 더구나 제주도의 문화 중심지라 생각했던 제주시가 아닌, 변방이라 생각했던 서귀포에서 활동하는 단체의 연주였기에 그 느낌은 더욱 그러했다.

잘 구성된 레퍼토리, 완벽한 하모니, 관악기의 특성을 잘 살린 다이내믹의 표현, 음량의 차이를 극복한 바이올린과 관악의 어울림, 제주의 소재를 활용한 위촉 관악곡의 초연 등 전문 연주단체가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가능성들을 유감 없이 보여 주었다. 때문에 그 날의 연주는 청중과 연주자들을 하나로 만들기에 충분했던 것이다. 또한 이들의 감동은 앙코르를 유도했고, ‘만남’을 함께 부른 청중들은 대극장을 함성으로 가득 메웠다.

청중들의 환호에 6회의 앙코르로 보답했던 서귀포시립관악단은 이제 더 이상 서귀포의 관악단으로만 안주하지 말고 제주도와 제주도민 모두를 위한 관악단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해 본다.

제주를 대표하는 하나인 바람, 이것을 울림으로 전달하는 관악기야말로 사람의 호흡을 그대로 전달하여 따스함을 느끼게하는 매개라고 할 수 있겠다. 바람이 스산해지는 계절의 시작에서 가을나기의 행복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김수걸·치과의사·제민일보의료자문위원>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