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특별자치도가 막판에 과속을 내고 있다. 갈 길은 먼데 시간이 촉박하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곳곳에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이러다가 대형사고가 나지 않을까 아찔하다.

가장 우려되는 사고는 조급증으로 인한 충돌사고이다. 도가 지나치게 강박관념에 사로잡혀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과연 올해 안에 목적지까지 무사히 도착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지금 특별자치도는 지극히 어려운 국면을 맞고 있는 게 사실이다. 도민역량을 하나로 결집해도 될까 말까하는 상황이다. 당정협의와 국회 통과 등 산 넘어 산이기 때문이다.

이런 판국에 공청회가 파행을 겪으면서 시민단체와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는 것이다. 과연 이런 환경에서 특별법이 연내 마무리될 수가 있겠는가.

만에 하나 연내 제정이 무산된다면 도의 입장은 더욱 난감해질 것이다. 사상 첫 주민투표까지 거친 행정계층개편에도 차질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특별자치도가 전제되지 않는 행정개편은 산남주민만 아니라 범도민적 반발과 저항을 불러오게 마련이다.

두 번째로 예견되는 사고는 너덜너덜 빈차로 목적지에 도달하는 상황이다. 험한 길을 질주하는 바람에 출발때 가득했던 알맹이들이 하나둘씩 떨어져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빈수레가 더욱 요란하다고 했던가.

알다시피 특별자치도 특별법은 이미 일그러질대로 일그러졌다. 도지사 권한만 비대해졌을 뿐 고도의 자치권은 많이 꺾이고 말았다. 뿐만 아니라 추진전략도 마찬가지이다. 국가예산 법정율 지원이라든가, 법인세율 인하, 도전역 면세화 등도 공허한 구호로만 그치고 있다. 인천과 같은 경제자유특구 만큼도 못할 정도로 퇴색하고만 것이다.

마지막으로 우려되는 사고는 법규위반으로 스티커를 끊게되는 경우이다. 그런 조짐은 벌써부터 나타나고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벌점 초과로 운전면허가 취소될지도 모른다.

무엇보다 특별자치도 입법예고 기간을 절반가량 단축한 것은 경고를 받아 마땅하다. 또 공청회(公聽會)를 날치기나 관제·반쪽공청회(空聽會)로 몰고간 것도 그렇다. 아무리 예외가 있고 법적 강제사항이 아니라 하더라도 변명의 여지가 없다. 특히 행정체제특별법에 대한 공청회를 아예 생략한 것은 더 큰 문제다. 정통성 시비등 새로운 빌미를 줄수 있기 때문이다. 급할수록 돌아가야 하는 것이다.

그러잖아도 행정개편은 투표율이 낮아 도민합의를 충분히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이때문에 산남주민들이 조직적으로 반발하는 데다 시장 군수들마저 법적투쟁을 벌이고 있는 형국이다.

따라서 행정개편은 더욱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도록 신경써야 한다. 설령 털끝만한 절차상의 흠결이 없다손 치더라도 행정개편에 대한 반발은 수그러들지 않을진대, 되레 제도적 절차마저 무시한다는 것은 불길 속에 기름을 부어넣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그간 제주특별법과 프로젝트는 정권이 바뀌고 도지사가 바뀔 때마다 자주 제정돼 왔다. 그때마다 도는 제주의 미래와 운명이 걸린 백년대계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지나치게 허둥대다 졸속으로 흐르는 경우가 많았다. 끝내 치열한 몸싸움까지 해가면서 어렵게 만들어놓기는 했지만 거의가 특효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번갯불에 콩 구워먹기식으로 서둘렀기 때문이다.

프로젝트는 마구 양산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제주의 미래비전을 어떻게 담아내느냐가 더욱 중요하다. 급하게 먹는 밥이 체한다고 하지 않았던가.

<진성범·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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