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체부자유 1급 시인 강민호 씨 수능 도전

▲ <사진=박민호 기자> 200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 도전한 중증뇌성마비 장애인이자 시인인 강민호씨(25)의 할머니 박추월씨(74)가 손자를 격려하고 있다.
시인 강민호씨(25)는 혼자서는 제대로 일어서지도, 말하지도 못한다. 물론 혼자 앉아 있기도 힘들다. 뇌성마비로 지체부자유 1급 장애인인 그는 그래도 시인이다. 마우스 스틱을 입에 물고,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며 시를 써내려 간다. 시집도 있다.

그같은 강씨에게 23일은 잊지 못할 날이기도 하다. 이날은 시인이라는 이름으로서가 아닌, 수험생 자격으로 수능에 도전했다. 자판을 두드리며 시를 짓는 일보다 더 어려웠으면 어려웠지 쉽지는 않은 일이다.

“생각보다 잘 봤지만 어려웠어요. 수학이 가장 어려웠던 것 같아요”

수학이 어려울 수밖에 없는 이유는 다른 수험생들처럼 펜을 쥐고 수학문제를 푸는 게 아니라, 모든 걸 머릿속에서 생각하며 답을 얻어내야 했기에 그랬을테다.

그는 6살 때 어머니를 여의었다. 그의 곁에는 물질 작업으로 생계를 꾸려온 든든한 할머니가 벗이며 어머니다. 할머니 박추월씨(74)는 1990년부터 4년간 강씨를 업어서 집이 있는 서귀포에서 60㎞나 떨어진 제주시로 재활치료를 받으러 다녔다.

강씨는 시험 당일 서귀포에서 넘어올 할머니가 안쓰러운지 오지말라고 했으나 어머니나 다름없는 할머니의 발걸음을 막지는 못했다.

할머니 박씨는 “누워 있는 몇 시간을 제외하고는 공부에 매달리는 게 일이다. 책도 자기대로 사보고 한다”며 강씨의 배우려는 의지를 높이 평가했다.

강씨는 15세에 이르러서야 제주영지학교 초등부에 발을 디뎠다. 그러니 10년만에 대학이라는 문에 도전하게 된 셈이다.

그는 대구대 특수교육과에 도전할 생각이다. 대학후 그의 미래는 어떨까. 그는 이렇게 말을 이었다.

“장애인을 대변하는 사람이고 싶어요. 또다른 꿈이라면 시를 계속 써내려 가는 것이고요”
강씨는 지난 2001년 자신이 그동안 써왔던 160편의 시를 모아 시집 「다가오는 아침」을 펴냈으며, 이듬해는 ‘노을’ 등의 시 3편으로 문예전문지 「문예사조」를 통해 시작부문 신인상 수상자로 선정된 어엿한 시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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