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여성플라자 민간투자사업(BTL)으로 했을 때 제주도가 262억원을 20년 동안 상환해야 한다구요? 그럼 1년에 꼬박 13억여원(국비 약 5억4000만원·제주도 약 7억7000만원)을 갚아야 하잖아요. 결국 빚은 빚대로 갚고 제주여성플라자 이용자들은 20년간 셋방살이하라는 말입니까?”

지난 25일 여성플라자건립 추진위원회 보고회가 끝난 뒤 자리를 뜨던 일부 위원들의 불만섞인 목소리가 들렸다.

제주여성플라자 건립사업은 당초 2005년 여성정책예산(36억원)으로 확보된 상황이었다.

그러나 제주도가 지난 4월 돌연 BTL로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이후부터 상황은 묘하게 돌아갔다. 제주여성플라자의 명칭이 ‘제주종합문화센터’로 변경됐고 사업내용의 상당부분에서 ‘여성’이 누락된 채 BTL 조건에만 맞춰지고 있다.

여성플라자 건립예산으로 받은 국고 20억원은 현재 제주도가 저지예술인촌 조성 등 다른 사업으로 전환하기 위해 문광부와 절충중에 있다.

제주 여성계를 비롯해, 여성플라자건립 추진위원회 일부 위원들의 원성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 같다. 추진위원들은 “왜 하필 제주도가 말 많고 탈 많은 BTL에 제주여성의 숙원사업을 떠맡겼는지 이해할 수 없다. 예산이 부족하다면 복권수익의 10%만이라도 제주여성플라자에 쓸 수 있지 않은가. 제주여성플라자건립사업을 ‘빚잔치’로 치러지는 것은 주 이용자인 제주여성들도 원치 않을 것이다”며 이에 대한 제주도의 대책을 촉구했다.

‘제주여성의 오랜 숙원사업’으로 알려진 제주여성플라자. 제주도는 ‘빚잔치’로 서둘러 짓겠다는 생각에서 한발 물러서서 제주도 인구의 절반인 제주여성의 공간을 지어보리라는 각오부터 다져야 하겠다.<현순실 / 문화체육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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