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성범 / 주필>
제주특별자치도에 이상기류가 흐르고 있다. 연내 특별법 제정을 눈앞에 두고 때아닌 찬반 성명전이 가열되고 있는 것이다. 마치 시계를 거꾸로 돌려놓은 것같아 볼썽사납다.

지금이 어느때인가. 특별법은 이미 정부의 손을 떠나 국회 행자위에 상정돼있다. 따라서 이 시점에서 특별법 제정찬성이나, 반대시위는 무의미하다.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기 때문이다. 이제는 논쟁을 접고 알맹이 한줌이라도 더 담아내려고 노력해야할 때이다.

그런데도 아직까지 특별법을 둘러싼 논쟁은 식지않고 있다. 지난달부터는 보수단체를 중심으로한 각계직능단체들이 전면에 등장해 주목을 끌고있다. 무려 140여개 단체가 동시에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고 나선 것이다.

이와함께 여성단체협의회도 기자회견을 갖고 “소수의 몇몇 단체가 제주도민을 대변하는양 입법을 저지하기 위해 극단적인 행동을 하고 있다”며 시민단체를 강력 비난했다.

하지만 한국부인회제주도지부 등 다른 여성단체들은 “여성단체의 이름을 빌어 도청 앞잡이 노릇을 하는 여성단체협의회를 용납할수 없다”면서 여협회장의 사퇴를 요구했다. 이에따라 특별법 논쟁은 막바지에 보수와 진보단체간의 보혁대결로, 또 여성단체간의 내부분쟁으로 변질되고 있는 양상이다.

따지고보면 도당국과 맞서온 시민단체들도 제정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그 내용에 이의를 제기하는 것이라고 봐야한다. 시장군수들도 마찬가지이다. 행정계층개편에 극력 반대할 뿐이지 특별자치도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기왕이면 보다 나은 특별법을 만들어보자는 데서 견해차가 빚어지는 것이다.

특별자치도가 지향하는 목표는 무엇이던가. 한마디로 잘 먹고 잘 살아 보기 위한 것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하지만 특별자치도 특별법은 그것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앞으로 도민들이 얼마나 행복하게 잘 살 수 있을 것인지를 수치상으로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도지사 권한이 비대해진다고 하는데 그렇다고 도민 삶이 윤택해지는 것은 아니다. 또한 고도의 자치권이 주어진다고 하는데 그렇다고 제주사회가 확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국가재정 지원이 담보돼야 한다. 예산이 뒷받침되지 않는 청사진은 허명의 문서로 전락할 공산이 크다. 끝내 법정률 지원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도민 세부담만 가중시킬 우려가 높다. 대폭 늘어나게 될 특별자치도 추진경비를 도민 스스로 조달해야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특별법은 만드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하나를 만들어도 제대로 만들어야 한다. 비록 늦기는 했지만 마지막까지 도민여망을 하나라도 더 담아내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지금까지도 제주에는 여러 특별법과 프로젝트가 만들어져 왔다. 그러나 거의가 도민들의 꿈만 부풀려 놓고 사라져 갔다. 제정 당시에는 백년대계라고 강조하면서도 실제로는 10년 앞도 내다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특별자치도 특별법은 긴 안목을 갖고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도 김태환지사는 특별법안이 완벽하지 않더라도 우선 제정하고 보자는 식이다. 일단 중앙의 권한을 위임받아온 뒤 미흡한 부분은 차후 개정해도 된다는 논리이다. 하지만 이는 ‘밑져야 본전’식의 소극적 발상이다. 감지덕지할게 따로 있다.<진성범 /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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