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학자 앨빈 토플러가 쓴 「미래쇼크」의 제1부 첫장은 “지금부터 21세기에 이르는 30년이라는 짧은 기간동안 평범하고 정신적으로 정상적인 수 많은 사람들이 미래와의 갑작스런 충돌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더구나 그 변화는 비단 산업계나 국가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며 그것은 하나의 구체적인 세력으로서 우리 일상생활 깊숙이 파고든다는 것이다. 그것들은 또 우리에게 새로운 역할을 하도록 강요하는 한편 우리를 새롭고도 아주 심한 정신적 질병의 위험에 직면하게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와 같은 질병을 ‘미래쇼크’라고 불렀다.

이 ‘준비없는 방문객’인 미래쇼크는 문화쇼크와도 구분된다. 문화쇼크는 낯설고 이해할 수 없는 새로운 것들로 대체됐을 때 나타나는 현상이나 다시 돌아갈 수 있는 것이지만 미래쇼크는 친숙한 환경으로 복귀할 수 없는 점에서 혼란이 매우 크다는 것이다.

요즘 남북한 주민들 모두 정상회담이 가져온 쇼크로 심한 충격에 빠져있다. 남한은 그동안 베일에 가려졌던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갑작스런 등장과 그의 호방한 모습에 정신적인 중심을 놓치고 있다. 더구나 남한은 북한을 적대시하고 있는 보안법이 엄연히 존재하고 있음에도 직장에서건 술집에서건 북한 얘기를 꺼내도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텔레비전에 출연한 남한의 장관까지 “김정일 국방위원장께서는”이라는 최상의 존칭을 쓰고 있음에야 더 할 말이 없다.

북한은 북한대로 50여년동안 적대시했던 납한 대통령의 돌연한 방북과 최고지도자의 변신에 사고의 기준을 잃고 있을 것이다. 들리는 얘기로는 남한 주민들이 받은 쇼크보다 북한 주민들이 받은 쇼크가 훨씬 컸을 것이라고 한다. 왜냐하면 반세기 넘게 외부와 단절한 채 살아온 북한 주민들의 혼란은 엘빈 토플러가 말한 ‘미래쇼크’에 버금가고도 남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충격도 세월이 갈수록 반감될 것은 뻔한 일이며 사람들은 더 큰 자극과 충격을 요구하게 된다.

따라서 남북한 모두 하루빨리 평상심으로 돌아가 북한 신드롬에서 벗어나야 한다. 통일은 흥분한다고 이뤄지는 것이 아닌 만큼 냉정하고 차분한 가슴으로 하나하나 풀어나가야 할 것이다.<김종배·상무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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