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성범 / 주필>
 
 
제주도화합추진위원회가 지난주 “도지사와 시장·군수들의 만남을 주선하겠다”고 밝혔다. 과연 그들의 상봉은 이뤄질 것인가. 양측의 갈등과 감정의 골이 워낙 깊어선지 그 성사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따지고보면 제주사회가 파경으로 치닫고 있는데는 김태환 지사에 1차적인 책임이 있다. 한 집안의 가장으로서 제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도민대통합을 선거공약으로 내건 도백치고는 실망이 여간 크지않다.

도대체 김지사가 도민통합을 위해 여지껏 해온 일은 무엇인가. ‘버스가 지난 뒤에야’ 반쪽짜리 화합추진위원회를 만든 것 외에는 손에 잡히는 게 없다. 도민사회가 찢어지고 또 쪼개져도 속수무책인 것이다. 오죽하면 화합추진위원회도 “포용하고 아우르는 도의 모습이 부족하다”고 지적하겠는가.

알다시피 오늘의 분열사태는 행정계층개편에서 비롯됐다. 주민투표결과 산남지역의 반대율이 더 높게 나타나면서 도와 시군의 대립구도로 고착된 것이다. 도가 산남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있기 때문이다.

주민투표 직후 김 지사는 “양극화된 도민사회의 분열을 치유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여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를위해 점진안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나가고, 빠른 시일내에 시장 군수와도 만나 협력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김 지사가 산남주민들의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무엇을 얼마나 했는가. 점진안의 장점을 반영하기는커녕 공청회마저 제대로 열지 않았다. 그야말로 그의 공언은 발등의 불을 끄기위한 임기응변적 빈말(空言)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시장 군수와의 만남도 그렇다. 이해당사자인 시장 군수들을 제쳐두고 일방적으로 기초자치단체를 없애려 하는데 어느 누가 도지사와 얼굴을 마주보려 하겠는가. 말로만 만나겠다고 백번 말을 해도 소용이 없다.

주민에 의해 선출된 시장 군수들은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는다. 관선 임명직 시절처럼 도가 아무 때나 불러도 달려올 것이라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김 지사가 정녕 그들을 만나려면 수장다운 책임감과 진정성을 보여줘야 한다. 표가 있는 곳이면 ‘말고기 추렴장’이나 어디든 가리지 않고 쫓아다니는 김 지사가 4명 밖에 되지 않는 시장 군수조차 끌어안지 못한다는 것은 리더십의 한계를 드러내는 것이다.

물론 시장 군수들에게도 문제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아무리 독립법인체격의 기초자치단체장이라 하더라도 그들은 도비를 지원받는 입장이다. 또 도로부터 정기적인 감사를 받아야하는 종속적 관계이다.

그런데도 도에 정면으로 맞선다는 것은 계란으로 바위 치는 격이다. 그렇게 무모하게 ‘맞장’뜨다가는 공직질서를 흐려놓을수도 있다. 또 그렇게 제각각인‘콩가루 집안’에는 희망과 미래가 없다.

따라서 도지사와 시장 군수들은 이제라도 허심탄회하게 만나야 한다. 요즘같은 어수선한 정국에서는 만나는것 자체만도 주목을 끌것이다. 뒤로 돌아서서 큰 소리만 치지말고 앞에서 기탄없이 말해야 한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것은 만남의 내용이다. 악수하는 포즈만 취하고 사진촬영만 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오히려 도민들을 실망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만나지 않는 것만 못할지 모른다. 일단 만난다면 보다 진일보한 도민통합 해법을 내놓아야 한다. 더 이상 도민들을 불안하게 해서는 안된다.<진성범 /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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