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특별자치도 통합시장 임명방법에 대한 도민들의 관심이 뜨겁다. 무엇보다 그에 따라 주민의 참정권과 자치권도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내년 도지사선거에 미치는 영향도 커 지방정가의 최대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통합시장 임명방법은 막판까지 혼선을 거듭해왔다. 이를 놓고 행자부와 제주도, 그리고 국회가 벌여온 줄다리기는 그야말로 점입가경이다.

‘일반직 공무원 임명’으로 출발한 당초안은 당정협의과정에서 정무직 개방형으로 확대됐다. 그후 국회심의과정에서 러닝메이트제를 거쳐 급기야는 ‘임기 2년의 사전예고제’로 귀착되고 있다.

따지고보면 사전예고제는 최선책이 아니다. 하지만 개방형 임명제보다는 진일보한 것이다. 그동안 도민들이 줄기차게 요구해왔던 러닝메이트제와 일맥상통하는 제도이다. 주민에 의해 임명하게된다는 점에서 그나마 긍정적이다.

그런데도 제주도는 여태껏 이같은 주민의 간접선출방식을 반대해왔다. 이유는 자명하다. 지난 7·27주민투표에서 혁신안을 지지한 도민의 의사를 존중해야 된다는 논리였다.

그러나 당시 주민투표결과가 53만 전체도민의 의사를 충분히 반영했다고 감히 말할 수 있을까. 설령 그렇다하더라도 도가 이를 빌미로 통합시장 임명제를 고집해온 것은 잘못이다. 혁신안의 핵심은 행정계층개편이지, 통합시장 임명방법이 아니기 때문이다. 즉 통합시장 임명제 때문에 도민들이 혁신안을 선택한 것은 분명히 아니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부수적인 사안에 불과한 것이다.

또한 주민투표도 절대적 구속력이 있는 것은 아니다. 헌법재판소도 지난주 권한쟁의심판 청구에 대한 판결을 내리면서 “주민투표는 단순히 국가정책 수립에 따른 의견을 듣기 위한 비구속형 투표”라고 해석하지 않았던가.

만에 하나 도의 주장대로 통합시장을 임명제로 한다고 가정해보자. 공무원이나 정치인의 줄서기와 줄세우기가 극성을 부릴 것이다. 한마디로 선거용으로 악용될 공산이 크다.

그러잖아도 시중에는 벌써부터 통합시장 후보명단이 심심찮게 나돌고 있다. 어떤 이는 이미 통합시장 낙점을 받고 선거대열에 합류했다는 얘기까지 들려올 정도이다. 이런 소문들이 현실화될 경우 정치판은 논공행상을 노리는 고급 선거꾼들로 난장판이 될게 뻔하다.

그런 측면에서 뒤늦게나마 통합시장 사전예고제를 이끌어낸 것은 매우 다행스런 일이다. 무엇보다 통합시장이 도지사 눈치만 보지않고, 시민들을 굽어 살필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지금 주민들이 행정계층개편에 반발하는 가장 큰 이유는 어디에 있는가. 두말할 필요도 없이 자치권 박탈 때문이다. 그런만큼 도가 도민대통합을 이뤄내려면 ‘주민에 의한 통합시장’을 반드시 관철시켜야 한다. 그러지 않고 말로만 도민통합을 부르짖는 것은 이중적 행태로 비쳐질 수 있다.

도민통합은 화합추진위원만 대폭 늘린다고 이뤄지지 않는다. 아무리 화합위원을 200명 300명으로 확대한다해도 끝내 주민 여망을 외면한다면 아까운 예산만 축내고 말 것이다. 통합시장 사전예고제가 투표과정에서 분출된 대립과 반목을 해소할수 있는 길이라면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것이다. 지금은 도민통합을 위해서라면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경이 아니던가.<진성범 /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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