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영상을 담은 소설이라 해서 별 무리는 없을 것이다.허구라해서 현실과 동떨어진 건 아니다.이를 통해 관객들은 직접 경험치 못할 일을 간접경험하며 대리만족을 느낄수도 있다.특히 영상이 주는 감동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좋은 장면은 기억에 오래도록 남는다.스토리에 따라서는 매우 행복하거나 슬픈 장면을 떠올려 자신이 주인공이 된 듯한 착각에 빠질수도 있다.자연스런 현상이다.이정도 착각이라면 정신건강에도 좋다.실제 자신의 일이 아니면서도 남의 처지에 공감하는 기회를 갖는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중문단지안에 어떤 호텔 뒷편에 나무벤치가 하나 놓여있다.영화‘쉬리’의 촬영지다.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한번씩 앉아보며 영화속의 장면을 떠올린다고 한다.관광지에서 색다른 체험을 해보는 것이다.영화‘타이타닉’에서 남녀 주인공이 뱃머리에서 두팔을 벌려 보이는 장면은 연인끼리면 흉내내기가 유행이었다.옛 영화‘남태평양’의 촬영무대가 됐던 발리섬은 세계적 관광지가 됐다.영화를 통해 그 아름다운 풍광이 전해졌다고 한다.외국여행중 무슨영화의 촬영지가 됐던 곳에서 주인공과 비슷한 포즈로 사진한장 찍어오는 것도 그만한 추억으로 남길수 있는 것이다.

이름없던 강원도의 정동진역은 휴일이면 인파가 넘친다.역사를 새로 단장해야할 정도였다.영화의 위력인 셈이다.현재 방영중인 TV사극 ‘태조왕건’의 촬영세트장도 이와 유사하다고 한다.실제 촬영장면을 볼수도 있다.촬영이 없는 날이면 세트장에서 영상장면을 떠올리는 것이다.마치 극중의 누구인 것처럼 해보이며 스트레스까지 날려버리는 것이다.드라마가 끝나도 세트를 관광객에게 개방한다는 계획이라 한다.행정당국이 발벗고 나서 새로운 관광상품화하고 있는 것이다.

도내에서도 영화나 CF촬영지는 많다고 한다.그러나 실제 촬영지로 부각된 것은 나무의자 하나다.물론 영화나 영상이 기억에 오래 남아 있자면 결과물이 성공적이어야 한다는 전제는 있다.쉬리가 실패작이었다면 의자 하나라도 기억속에 남아있지 않았을 테니까.다행히 한 원로감독이 제주에 영화제작을 위한 공간을 마련하는 계획을 갖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제주관광을 위해서나 영화발전을 위해서도 도내에도 영화제작여건이 조성되기를 기대해본다.<고순형·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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