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2월, 제주시는 거창한 주차빌딩 건립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공동주택이 밀집한 일도지구에 민간투자사업으로 주차빌딩을 건립, 주차난을 해소하겠다는 것.

시는 이를 위해 지난 2003년 12월 일도2동 409의 11번지 1546㎡를 매입했으며, 주차 규모는 200대에 이를 것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이 같은 발표에 지역 방송과 신문은 이를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인근 주민들은 주차난을 덜 수 있을 것으로 내심 기대했었다.

그러나 이 같은 기대는 1년도 지나지 않아 실망으로 돌아왔다. 시가 주차빌딩 건립에 나설 민간투자자를 찾지 못해 노상 주차장만을 조성한다고 계획을 변경했기 때문이다.

200대의 차량을 주차할 수 있다던 시의 프로젝트가 고작 60대를 주차할 수 있는 계획으로 축소·변경된 셈이다.

일이 생각대로 진행되지 않아서일까, 시는 축소·변경된 계획조차 시민들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

거창했던 계획을 발표한 뒤 변경된 내용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아 결국 자치단체가 인근 주민들에게 거짓말을 한 셈이다.

혈세를 낭비했다는 비난도 쏟아지고 있다.

민간투자자를 우선 선정한 뒤 사업부지를 매입했다면 토지매입에 투자된 수십억원의 예산을 낭비하지 않았을 수 있다는 것.

결국 주차빌딩을 건립하려던 부지는 현재 성토작업이 한창 진행중이며, 기반공사가 마무리되면 노상주차장으로 사용할 계획이다.

수십억원을 들여 도심지 땅을 매입하고, 이 곳을 단순히 노상주차장으로 조성해 사용하는 어처구니없는 행정을 시민들이 이해해 줄지 모르겠다. <현민철 /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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