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중기의 대표적인 시인 윤선도(1587∼1671)는 “나무도 아닌 것이 풀도 아닌 것이/곧기는 뉘 시기며 속은 어이 비었느냐/ 저렇게 사시(四時)에 푸르니 그를 좋아하노라”며 대나무를 읊었으며 송나라의 문인 소동파(1036∼1101)는 “고기 없이 밥을 먹을 수 있으나 대나무 없이 살 수는 없다”고 까지 했다.

과연 그들에게 있어 대나무는 무엇이었을까. 왜 풀도 나무도 아니게 생겨 분류함의 틀 속에 갇히기를 거부한 대나무를 좋아할까. 옛사람들에게 곧은 대나무로 상징되는 명예는 목숨과도 같았다. 명예를 잃으면 차라리 죽음을 선택할 정도였다. 대나무처럼 자신의 뜻을 살펴 올곧게, 일관된 삶을 지향했다. 한·중·일 문화코드읽기 시리즈로 펴낸「대나무」(책임편찬 이어령)는 절개와 강직의 상징성으로 잘 알려진 삼국의 대나무가 어떻게 그 모습을 유지하며 발전하고 변모해왔는지 선명히 들여다본다.

책의 ‘대나무를 찾아가는 첫걸음’은 삼국의 대나무의 어원과 언어적 고찰, 종류 등을 통해 대나무의 가치를 들여다보고, 대나무가 다른 나무들과 달리 짧은 시간 동안 쑥쑥 자랄 수 있는 그 신비의 성장 호르몬에 대해 알아본다.

1장 ‘대나무를 찾아가는 첫걸음’에서는 ‘만파식적’설화와 방목귀(放牧鬼), 죽통미녀와 김유식 설화를 통해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영성(靈性)과 순수한 정신의 외표로 인식되었던 대나무를 알아본다. 또한 흔히 알고 있는 대쪽같은 절개와 아버지의 사랑, 맹종의 고사를 통해 본 효도, 상강의 반죽 고사를 통한 정절 등 중국에서의 대나무의 의미, 신란의 이야기를 통해 불교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일본에서의 대나무의 의미를 알아본다.

2장‘문학 속의 대나무’는 한·중·일의 시가와 죽부인전, 일본의 가구야히메 이야기 등을 통해 대나무가 가진 절개, 하늘과 닿은 신비로움, 장수, 계절감, 우주와의 교감, 현실을 벗어난 맑은 경계, 번성과 무성함 등으로 대변되는 대나무의 다양한 모습에 대해 이야기한다.

3장‘미술로 본 대나무’는 한·중·일 회화와 도자 그리고 민화속에서 보여지는 대나무의 모습을 밝혔으며, 4장 ‘미술로 본 대나무’는 여인들의 장신구, 선비들이 문방사우와 사랑방 가구, 대나무 악기, 설화, 무속, 민요, 속담 등 재미있는 대나무 관련 이야기들을 풍성하게 다뤘다.

5장‘오늘날의 대나무’는 한국의 현대문학에서 나타나는 대나무의 상징성을 알아보고, 한·중·일 삼국의 대나무 분포 현황, 각국의 대나무 관련 축제, 구한말 을사보호조약체결로 목숨을 끊어 자주독립정신을 고취시킨 민충정공의 혈죽의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종이나라·3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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