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벨스, 대중 선동의 심리학」

“거짓말은 처음에는 부정하고 그 다음에는 의심하지만 되풀이하면 결국 믿게 된다”

어디서 많이 듣던 말이 아닌가. 황우석 교수이야기로 나라안팎이 온통 시끄럽다. 그는 아직도 반성의 기미보다는 진실을 빠져나갈 궁리만 하고 있다. 여기 또 다른 ‘문제적 인간’이 있다. 요제프 괴벨스(Joseph Goebbels. 1897∼1945), 나치즘의 화신이자 가장 열광적인 히틀러 숭배자였다. 젊은 시절 레닌의 러시아 혁명에 열광한 혁명적 사회주의자는 어찌하여 가장 극단적인 나치주의자가 되었을까. 독일 낭만주의 문학으로 박사학위까지 받은 창백한 지식인은 왜 광기의 선동자가 되었을까. 랄프 게오르크 로이트가 쓴 「괴벨스, 대중 선동의 심리학」은 괴벨스의 일기와 그의 소설, 연설문, 편지 등 방대한 자료를 꼼꼼히 분석해 괴벨스의 내면의 가장 섬세한 지점까지 파헤쳐 들어갔다. 불구의 몸 때문에 고통스러웠던 어린 시절, 사회주의 사상에 빠져든 이상주의적인 대학 시절, 은행에 취직해 구차하게 생계를 이어야 했던 좌절한 지식인을 거쳐 그를 알아본 히틀러의 이데올로그이자 나치즘의 심장이 된 남자. 철저한 반유대주의자로 변신해 유대인 절멸 정책을 기획하고, 제3제국 몰락의 최후까지 히틀러를 지상의 절대자로 떠받들었던 괴벨스의 나치즘의 광기어린 사제. 악마의 선동가로만 알려졌던 괴벨스의 실존적 고통과 번민을 포착해 그의 행동을 야기한 심리적 이 책은 집요하게 수술하듯 파헤친다. 독일의 작가 토마스 만은 그를 이렇게 평했다.“괴벨스 박사라고 불리는, 지옥에서 온 엄청난 입을 가진 선전장관은 꼴도 보기 싫다. 몸과 영혼이 모두 병든 이 자는 세계 유일한 지배자인 신에게까지도 비열한 거짓말을 하려는 인간이다”라고. 교양인·3만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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