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네상스인 김승옥(백문임 등 공저)=1964년 「무진기행」을 발표, 한국문단에‘감수성의 혁명’을 일으킨 김승옥의 문학과 예술에 헌정한 책. 24살에 혜성같이 등장한 김승옥은 5년여의 짧은 작품활동을 끝으로 ‘순문학장’을 떠나버린다. 한창 전성기에 자신의 문학과 문단은 버린 것. 이 책은 그때 왜 그가 어디로 가버렸는지 알려주는 책이다.

저자들에 따르면 그는 문단을 떠난 이유로 대중소설·영화·만화 등 대중예술 각 방면에 전방위적인 활약을 펼쳤고 이런 바깥활동은 개인적인 여기(餘技)나 외도의 소산은 아니었다. 이 책에 실린 6편의 글은 40년간 씌어진 수많은 김승옥론이나 그 작품론을 계승한 것이면서 결코 한번도 제대로 씌어지지 않은, 그러나 꼭 씌어져야 하는 새로운 작가론·작품론이다. 앨피·1만5000원.



●이야기책 읽어 주는 노인(조수삼 지음·박윤원·박세영 옮김)=조선 후기 여항 시인 조수삼의 시와 글. 겨레의 고전문학선집 다시읽기로 기획된 책이다. 조선 후기 지배질서가 흔들리는 것과 궤를 같이해 사회 전반에 여러 가지 변화가 일어났는데 문학도 예외가 아니었다. 일반 백성들이 사설시조를 즐기고 소설 향유 인구가 급격히 늘어났으며 문학작품들도 저잣거리 인물들과 밭갈고 길쌈하는 인물들로 대변되는 피지배계급의 이야기가 쏟아져 나오기도 했다. 조수삼의 붓자루는 양반의 붓자루가 결코 포착하지 않았단 인물과 삶의 현장을 향한다. 그는 당시 자가기 만나는 모든 사람들을 사랑하고 가난한 백성들을 따듯한 시선으로 책으로 옮겼는데 백성들의 삶이 처참하다 보니 그시대 사회의 문제점들을 고스란히 작품에 기록했다. 보리·2만5000원.



●산해경(장수철 옮김)=중국 최고의 기서로 알려진 「산해경」을 알기 쉽게 해설한 책. 이 책에는 동양의 다양한 신들과 괴기스럽기까지 한 동식물, 인간과 신들을 포함해 그것들이 가진, 누구나 한번쯤은 꿈꿔봤을 특이한 능력이 쉴새없이 쏟아져 나온다. 방대한 내용과 독특한 상상력으로 고전 중에 진작부터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던 산해경은 최근 불어닥친 신화열풍에도 명성에 걸맞은 조명을 받지 못한 측면이 많다. 그러나 어떤 고전보다도 오래됐으면서도 고루하지 않고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쉴새 없이 쏟아내며 때론 황당하고 우스꽝스럽긴 하지만 놀라운 상상력으로 새로운 상상을 하게 한다. 이 책은 일반 독자의 눈높이에 맞춰 번역을 새로 하고 원문에 충실하게 그림을 그려 화려한 색을 입혀 이해를 돕는다. 현암사·1만5000원.



●사랑에 미치다(메간 그레소·케리 쿡 지음·서현정 옮김)=세상을 사로잡은 매혹의 러브스토리 31편을 담은 책. 이 책에 소개된 하나하나가 세기의 사랑이라 부를만큼 뜨겁다. 앙투아네트와 페르센의 비련의 사랑, 에드워드 8세가 왕위를 버리면서까지 사랑했던 이혼녀 윌리스 심슨의 이야기, 조르쥬 상드와 쇼팽, 비틀즈의 존 레논과 오노 오쿄, 너바나의 커트 코베인과 커트니 러브의 불같은 사랑이 담겨 있다. 그런가하면 험프리 보가트와 로렌 바콜, 로렌스 올리비에와 비비안 리처럼 화려한 삶을 살았던 영화배우들의 영화같은 사랑이야기는 독자를 매혹시키기에 충분하다. 으레 그렇듯, 사랑에 전부를 걸었던 연인들의 뜨거운 열정, 환희, 아픔과 증오, 이별의 편린들이 고스란히 생생하게 담겨져 있어 ‘사랑, 그것’이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대교베텔스만·9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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