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가 지난주 근래 보기드문 대규모 인사를 단행했다. 여느 때보다 승진이 대풍을 이뤄 도청은 그야말로 잔칫집 분위기이다. 그러나 햇빛이 강하면 그림자도 짙다고 했던가.

이번 인사의 특징은 친정체제를 강화한 ‘선거내각’구성이다. 표가 될 측근은 확실히 챙긴 반면에 해가 될 측근은 철저히 배격했다. 코앞의 선거를 앞두고 충성심 경쟁을 유발하는 효과를 노린 것이다.

그 중심에 김지사의 최측근이었던 조여진 환경도시국장이 있었다. 그는 왜 갑자기 조기퇴임을 선언했는가. 아직 정년을 3년이나 남겨둔 상황이기에 그 배경에 더욱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는 일단 “후배들의 승진 길을 터주기 위해서”라고 둘러댔다. 하지만 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인사발표 직전까지도 가만히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청내에서는 토사구팽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조 국장도 “조기사퇴에 대한 압력은 없었다”고 밝히면서도 “표를 먹고 사는 민선시대의 사람들과 성격이 맞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번 조퇴가 자의반 타의반이라는 것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그는 김지사의 제주시장 재직 당시 6년동안이나 도시국장에 있으면서 김지사의 오른팔 역할을 해왔다. 그러다 김지사가 도지사에 당선되자 곧 부이사관자리인 광역수자원본부장으로 기용됐다. 당시 김지사가 청내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그에게 엉뚱한 제주항공설립 업무까지 떠맡긴 사실만 보더라도 그에 대한 신임도를 가히 짐작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그는 일은 일대로 하고, 욕은 욕대로 먹는 처지가 되기도 했다.

그런 그가 이번 승진열풍 속에서 되레 낙마하리라고는 누구도 예상치 못한 일이다. 그자신도 인사위원회가 열릴 무렵에야 ‘도로 수자원’으로 내정된 사실을 알게됐다는 후문이다. 돌연 명퇴를 고집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그렇다면 김지사는 왜 그를 버렸는가. 여기에는 여러 추측이 나돌고 있다. 무엇보다 충성심이 떨어졌다고 판단됐기 때문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가 김지사의 눈밖에 나게된 것은 작년 7·27 주민투표 이후부터였다고 한다. 그의 고향인 한림읍에서 혁신안 찬성표가 점진안 보다 낮게 나타났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독수리 7형제’의 맏형으로 떠오르면서 청내 다른 직원들로부터 눈총을 받게된 것도 김지사에게는 부담이 된 것 같다.

이번 인사에서 ‘독수리 형제’들이 한두명을 제외하고는 대체로 빛을 보지 못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특히 ‘리틀金’으로 알려진 K모과장이 승진하면서 멀리 교육을 떠나게된 것도 비슷한 케이스이다. 여론의 눈치를 보는 김지사가 도지사선거를 앞두고 비판여론을 의식했기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작년초 제주도 인사를 앞두고 본란 확대경(2월 1일자)은 김지사의 용인술을 다룬 적이 있다. 대충 이런 내용이다.

‘김지사는 인사에 관한 한 ‘칼’이다. 다른 우유부단한 행정스타일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아무리 공헌이 많아도 자신에게 누가 되는 직원들은 더 이상 거들떠보지 않는다. 민선단체장으로서 얼마나 득표에 도움이 되느냐가 중요한 잣대가 된다. 효용가치가 떨어지면 인정 사정없이 용도폐기 해버리는 것이다.’

아직도 그의 용병술은 녹슬지 않았다. 이번 인사가 그것을 확인해주고 있다.<진성범 /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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