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1지방선거가 이제 4개월 안으로 다가왔다. 엊그제부터는 도지사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돼 선거열기가 점차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이번 지방선거는 여느 때보다 가장 치열할 것으로 전망된다. 무엇보다 막강한 위상과 권한이 부여되는 특별자치도의 도지사와 도의원을 동시에 뽑는 선거이기 때문이다. 벌써부터 지역사회가 혼탁한 선거열병을 앓고 있는 것은 이런 연유에서이다.

작년 한해동안 도선관위에 적발된 불법선거행위는 모두 27건에 이르고 있다. 뿐만아니라 올해 들어서는 더욱 노골적으로 기승을 부리고 있다. 심지어는 원색적인 상호비방과 흑색선전이 판을 치는 형국이다. 뿌리깊은 연고주의에 의한 패거리 낡은 정치가 재연되고 있는 것이다. 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크게 바뀌는데 선거문화는 예전 그대로이다. 유권자들이 정치에 신물이 나고 환멸을 느끼는 이유이다.

공직사회도 마찬가지이다. 구태의연한 줄서기가 염치없이 횡행하고 있다. 물론 대다수의 선량한 공무원들은 묵묵히 맡은 일에 열심이다. 하지만 일부 출세지향적인 정치공무원들이 깨끗한 공직사회의 물을 흐려놓고 있는 것이다.

공무원들의 줄서기는 인사상 유·불리에서 비롯된다. 주로 인사혜택을 많이 본 공무원들일수록 선거에 개입하는 경우가 많다. 알아서 총대를 메거나 오버를 하다가 사고를 칠때도 없지 않다. 보은의 충정에 의한 과잉충성이 화를 부르는 것이다.

이같은 낡은 정치판을 지켜보는 도민들의 심경은 그야말로 참담하다. 당선을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는 후보들이 너무도 날뛰기 때문이다. 이런 퇴행적인 선거문화 속에서 과연 제대로 옥석을 가릴수가 있을까. 그래서 제주의 미래는 더욱 암담한 것이다.

이제는 특별자치도에 걸맞게 일로서 승부를 가려야 한다. 후보들이나 공무원들도 꼼수로 점수를 따내려 잔머리를 굴릴게 아니라 당당하게 능력으로 평가를 받아야 한다.

최근 대권후보의 한 사람인 이명박 서울시장이 두각을 보이는 이유는 어디에 있는가. 경조사를 많이 돌아봐서 하루아침에 뜬게 결코 아니다. 두말할 것도 없이 일로서 능력을 평가받고 있는 것이다. 누구처럼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표를 쫓아다니는 그 시간에 미래비전을 차근차근 실행에 옮겨놓았기 때문이다.

공무원도 예외는 아니다. 눈도장만 찍으려고 허둥댈게 아니라, 일로서 인정을 받도록 노력해야 한다. 아무리 선거에 도움을 주지않는다 하더라도 능력과 성실성만 인정된다면 어느 누가 도지사가 되더라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그런 유능한 공무원을 내리치는 도백은 도민들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지금 도민사회는 특별자치도 출범을 앞두고 극심한 홍역을 치르고 있다. 4개 시군의 폐지로 인한 지역간 분열과 반목의 골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이런 때에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후보들이나 공무원들이 여전히 자유당 시절을 연상케하는 구시대적 작태를 서슴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도민통합을 위해서나 선거문화발전을 위해서나 백해무익하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재삼 강조하건대 후보와 공무원들은 일로서 승부를 걸어야 한다. 이를위해 도민들이 심판으로 나서야 한다. 약삭빠른 정략과 치졸한 방식으로 도민들을 현혹하는 자들을 발본색원해서 엄단해야 할 것이다. 정말로 유권자가 무섭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진성범 /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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