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말부터 도지사 예비후보등록이 시작되면서 5·31도지사 선거가 공식적으로 개막됐다. 그러나 아직까지 등록을 마치고 선거운동에 뛰어든 예비후보는 현명관 전 삼성물산 회장 1명에 그치고 있다.

알다시피 예비후보자는 선거사무소를 설치하고 자신의 홍보에 필요한 사항을 게재한 명함을 배부할 수 있다. 예비후보등록을 빨리하면 빨리할수록 그만큼 선거운동기간이 길어지는 셈이다. 그런데도 다른 예상후보들은 예비후보등록을 하지 않고 있다. 왜 그럴까. 공직이 박탈되거나 직무가 정지되기 때문이다.

현직에 있으면서 경선에 나서는 공직자는 열린우리당의 진철훈 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이사장과 송재호 제주대교수, 또 한나라당의 김태환 지사와 강상주 서귀포시장 등이다. 선거운동에 한시가 바쁜데도 이들이 공직을 사퇴하지 않는 이유는 어디에 있는가. 단 며칠이라도 더 봉급을 받기 위해서인가. 천만의 말씀이다. 무엇보다 현직으로 오래 버티는 게 선거에도 유리하기 때문일 것이다. 바꿔말하면 현직의 프리미엄을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심산인 것이다.

그러나 공정하고 깨끗한 선거를 위해서는 조기에 공직을 사퇴하는 게 바람직하다. 그래야 공조직과 행정인력이 선거판에 오염되는 것을 막을수 있다. 그러잖아도 공직사회는 선거때마다 극심한 몸살을 앓고 있는 실정이다. 공무원들의 선거개입이 도마위에 오르기 때문이다. 그도그럴 것이 인사권자가 선거에 도전하는데 모른체하고 뒷짐만 지고 있기도 현실적으로 어려운 노릇이다.

따라서 공직사회가 선거개입 시비에서 벗어나려면 예비후보들이 현직 프리미엄을 누리려하기 보다는 경선도전과 함께 현업에서 손을 떼야 한다. 그래야 공무원들의 정치적 중립을 보장할 수 있는 것이다. 또 그게 공정한 선거를 위해서나 공직안정을 위해 떳떳하고 당당한 길이다.

이것은 법적인 문제 이전에 공직자의 양심이자 도덕적 실천력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 정도의 소신과 각오도 없이 어떻게 특별자치도를 이끌어나가겠다는 것인가. 현직이 그렇게도 아깝고 탐이난다면 차라리 출마를 포기해야 한다.

송 교수도 마찬가지이다. 도지사 선거에 나서려면 과감하게 교수직을 버려야 한다. 교수직을 부등켜 안은채 출마를 하는 것은 ‘안되면 말고식’으로 비쳐질수 있다.

이왕 말이 나왔으니 하는 얘기지만, 대한민국의 법은 유독 교수에게만 특권을 부여해 형평성의 논란을 야기하고 있다. 교수들은 다른 공직에 ‘외도’했다가도 임기가 끝나면 다시 복직할수 있기 때문이다. 뿐만아니라 선거직에 나섰다가도 낙선하면 아무일 없었다는 듯이 강단에 복귀하는 경우가 많다. 교수들이 선거에 큰 부담없이 도전하는 이유의 하나이다. 밑져야 본전인 셈이다.

물론 연구에 몰두하기 위해 보직조차 마다하는 교수도 허다하다. 하지만 일부 정치교수들이 도지사선거에 직·간접적으로 뛰어듦으로써 학생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선거운동에 나서다 보면 아무래도 연구와 강의준비에 소홀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서울시장 후보경선에 나서는 맹형규의원은 지난달말 의원직을 전격 사퇴했다. 법적으로는 그럴 필요가 전혀 없는데도 공정한 경쟁을 위해 기득권을 버린 것이다. 우리 공직자들이 타산지석으로 삼을만한 일이다.<진성범 /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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