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려한 자연경관뿐 아니라 역사적 문화가치를 지닌 송악산 일대 진지동굴이 일부 관람객들의 훼손 행위로 몸살을 앓고 있다.

송악산 진지동굴은 일제시대에 일본군이 자살공격용 소형선박의 은폐, 엄폐용 등을 목적으로 구축한 우리나라 최대의 일제시대 군사유적지이며, 전쟁근대문화유산으로서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남제주군은 이같은 가치를 지닌 송악산 진지동굴의 보존을 위해 낙서나 쓰레기 무단투기 등의 행위를 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그렇지만 해안절벽과 진지동굴 내부 곳곳에 낙서한 흔적으로 가득차 있다.

12일 오전 송악산 진지동굴을 직접 돌며 취재한 결과 문제는 심각한 수준이었다. 진지동굴과 해안절벽에는 관람객들이 쓴 것으로 보이는 ‘○○ 사랑해’, ‘○○에서 왔다감’ 등의 낙서로 인해 이 곳이 문화유산인지를 의심케 만들고 있다.

특히 관람객들이 낙서를 하기 위해 나뭇가지 등으로 인해 벽면을 깊게 파는 행위를 함으로써 해안절벽과 동굴 훼손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또 진지동굴은 한낮뿐 아니라 밤중에도 훼손대상이 되는 실정이다. 동굴 현장에서 타다 남은 초와 이 곳에서 불을 지핀 것으로 보이는 나무 등이 발견됐다.

게다가 해안에 밀려온 스티로폼, 비닐봉지 등의 각종 쓰레기 등으로 인해 관광객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한 관광객은 “역사적으로 큰 가치가 있는 유적인 송악산 진지동굴이 낙서로 훼손돼 안타깝다”며 “관람객들 스스로가 유적을 보호해야겠다는 의식과 함께 행정당국도 감시·점검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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