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제주특별자치도 특별법이란 옥동자가 탄생했다. 우여곡절 끝에 난산했지만 특별법의 앞날은 결코 순탄치 않다. 태어나자 마자 다시 ‘수술대’에 올라갈 처지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제주와 관련된 특별법은 하나같이 기구한 운명을 안고 있다. 모두가 태어날 때부터 큰 홍역을 치렀다. 그러나 도민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채 유명무실하게 사라져갔다.

대표적인 것이 지난 1991년 12월 18일 통과된 제주도개발특별법이다. 이 특별법은 정기국회 폐회일인 이날밤 11시46분, 단 10초만에 날치기 처리됐다. 당시 박준규 국회의장은 단상도 아닌 복도에서 여당의원들의 호위를 받으며 사회봉도 없이 가결을 선포했다.

그렇게 난리법석 끝에 햇빛을 본 제주도개발특별법은 과연 무엇을 했는가. 한마디로 제구실을 다하지 못했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무엇보다 온 도민의 축복속에 탄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특별법은 제정과정에서부터 밀실작업, 관제공청회, 주민의사 왜곡 등으로 도민들의 거센 저항을 받았다.

그로부터 10년쯤 뒤에 태어난 제주국제자유도시특별법도 비슷한 처지이다. 2001년 12월27일 요란하게 제정됐지만 기대만큼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왜 그런가. 무엇보다 알맹이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지난 9일 국회를 통과한 제주특별자치도 특별법은 일단 범도민적 기대를 모으고 있다.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와 제주도, 그리고 도민들이 함께 팔을 걷어부쳐 이뤄낸 성과물이란 점에서 의미가 깊다. 비록 입법취지가 당초보다 상당히 훼손됐음에도 불구하고 각계의 환영성명이 이어지는 것은 이런 연유에서이다.

물론 특별자치도 특별법의 탄생과정도 과거처럼 가시밭길이었다. 교육·의료 개방을 둘러싼 치열한 공방은 끝내 공청회 파행을 불러오는 오명을 남기기도 했다.

그런가하며 알맹이도 많이 떨어져 나갔다. 법인세 인하와 도전역의 면세화, 항공자유화, 그리고 교육·의료 영리법인 허용등은 말로만 그치고 말았다. 그래서 벌써부터 특별법에 대한 대대적인 수술작업이 공론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뿐만 아니다. 앞으로도 특별자치도로 가는 길은 멀고도 험하다. 첩첩산중이다. 그래서 전도가 불투명한 것도 사실이다.

그도 그럴것이 아직도 ‘특별자치도 시행 기본계획’이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별법 제정이 당초 계획했던 것보다 늦어진데 원인이 있지만 그렇다고 이를 정당화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오히려 이에 대비해 더욱 철저를 기했어야 마땅하다.

여기에다 특별법 후속조치가 시간에 쫓겨 졸속으로 이뤄질 공산도 커지고 있다. 때마침 5·31 지방선거가 끼어있어 도의회의 공백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미 마음은 ‘콩밭’에 가 있는 도의원들이 도가 무더기로 쏟아내는 조례들을 무슨 재주로 기한내에 모두 심의 처리할수 있을지 의문이다.

기회라는 것은 그렇게 자주 주어지는게 아니다. 어쩌면 특별자치도는 우리에게 주어진 마지막 절호의 기회인지 모른다. 도민들의 역량결집이 그 어느때보다 요구되는 것은 이런 까닭이다. 아무리 좋은 법과 제도를 만든다해도 이를 제대로 운영하려는 의지가 미흡하다면 무용지물이 되고말 것이다. 특별자치도마저 과거의 쓰라린 전철을 밟아서는 안된다. 또다시 ‘상처뿐인 영광’으로 끝나서는 안된다.<진성범 / 주필>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