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애월·한림·한경 중산간지역 못 가운데 가장 큰 못이라는 돌개기못. 초승달의 뿔 모양을 닮았다고해서 한자말로 월각지(月角池)다.


◈돌개기못·고한이못·광산이못(한림읍 상대리)

 10년전 이 맘때부터 1년동안 한림읍에서 주재기자를 했던 적이 있다.그때 처음 상대리란 마을을 알게 됐다.

 비양도를 내려다보며 아담하게 자리잡은 천아오름(표고 134m·비고 40여m)과 알처나름물·웃처나름물,울타리는 잡석으로 둘러져 있고 신목은 팽나무인 축일본향당….고한이못·못거리못·돌개기못 등 크고작은 연못들은 예로부터 한림 16경 가운데 하나인 상대과원(上大果園)의 버팀목이 됐다.

 물론 그때 그 풍광은 많이 훼손됐다.경운기 하나 겨우 빠져 나감직한 농로들은 승용차 2대가 넉넉하게 교행할수 있을 만큼 시원하게 확장·포장됐고 상대리 지항동 지경의 못거리못은 아예 매립이 된 상태였다.그저 엇비슷한 정취에 만족해야 했다.

 돌개기못이 대표적인 예.돌개기못은 초승달의 뿔 모양을 닮았다고 해서 한자말로 월각지(月角池)다.

 그러나 도로가 확장됨에 따라 일부 매립되고 가뭄때 물을 빼 사용하려고 양수시설을 갖추는 바람에 못 본래 모습이 많이 훼손됐다.지금 상태로는 초승달의 뿔 모양을 이해할수 없다.

 게다가 아스팔트 도로가 개설되기 이전에는 창포 군락과 함께 각종 수생식물들이 서식하고 못 서쪽에는 이곳에서 흘러나간 물이 늪을 이루기도 했다.

 그러나 못 주변이 콘크리트 벽으로 차단되는 바람에 물 흐름이 끊겨 수생식물 서식환경이 크게 파괴되고 있다.

 해발 200m에 자리잡은 이 못은 원래 크기가 674평가량되며 지형이 낮아 표출수가 자연스레 스며들고 있다.

 이 못은 주로 우마급수장으로 활용됐고 이곳에서 10m가량 떨어진 곳에 음용수로 활용됐던 7∼8평 크기의 또다른 못이 있다.

 김종서 상대리 노인회장(73)은 “돌개기는 애월·한림·한경 일대의 중산간 못 가운데 가장 큰 못일 것”이라고 자랑했다.

 이 못은 원래 자연못이며 물을 가두기 위해 석축을 쌓은 것은 1790년께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일대는 물이 좋고 전망이 좋아 4·3이전에는 마을이 형성됐고 산사람을 진압하기 위한 경찰주둔소가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4·3때 소개령과 함께 마을이 사라졌다.난리통에 누대로 일궈온 삶의 터전을 하루아침에 잃었으니 주민들에게는 견디기 어려웠던 고통이었으리라.지금은 당시 마을 규모를 가늠할수 있는 대나무 숲만 남아 세월의 흔적을 전하고 있다.

 광산이못은 국도 16호선 청진양돈 입구에서 100m가량 들어간 곳에 자리잡고 있다.

 못 주변은 팽나무와 버드나무가 자리잡아 인근 농경지와 경계를 이루고 있다.자연못으로서 못 크기는 30평가량되며 못 안쪽은 온통 창포 군락이어서 물이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이다.

 창포는 천남성과의 다년초다.독특한 향 때문에 단오때는 창포를 넣어 끓인 물로 머리를 감고 목욕을 한다.

 창포군락과 함께 못 북쪽에는 사초과의 큰골 군락이 있다.

 광산이못 인근에는 양돈장이 자리잡은 까닭인지 수질은 매우 혼탁하다.주요 수생동물로는 거머리와 송장헤엄치게·소금쟁이·장구애비·게아제비·물자라·개구리 등이 있다.

 거머리는 환형동물이다.몸체는 가늘고 길며 많은 윤상(輪狀)의 주름이 있다.거머리는 특히 가는 돌기가 많은 3개의 턱으로 딴 동물에게 상처를 입히거나 입 밖으로 뻗어 나오는 주둥이로 체액을 빨아들인다.거머리의 타액에는 피가 굳어지지 않는 하루딘(hirudine)이라는 성분이 있기 때문에 빨아드린 피를 굳히는 일은 없다.또 대량으로 빨아피는 서서히 오랜 기간을 두고 소화하기 때문에 1년에 2∼3회만 흡열하면 1년동안 살아갈수 있다고 한다.

 최근 의학계에서는 거머리의 하루딘 성분을 추출해 혈액질환 치료제로 활용하고 있다.

 고한이못은 1929년께 고한동에 사는 장두진(張斗鎭)씨가 땅을 기증해 만든 연못이다.

 못 크기는 80평 가량되며 농로를 사이에 두고 작은연못(음용수통)과 큰 연못(우마급수장)으로 나눠져 있다.

 주요 습지식물로는 개여뀌와 마름·큰골 등이 있다.

 이 못은 그러나 최근 연못정비 사업을 벌여 원형이 크게 훼손됐다.또 음용수통 한켠에 자리잡은 장두진 공덕비는 사람들의 무관심속에 잡목에 가려진 채 외롭게 못을 지키고 있다.<취재=좌승훈·좌용철 기자·사진=김기용 기자>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