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책마을은 제주이야기를 모았다. 「제주의 빛 김만덕」을 통해 제주여성 인물과 제주사람들의 조냥정신를 만나보고, 「노래하며 우는 새」를 통해 4·3의 역사를 품고 살아야 했던 제주사람들의 깊은 슬픔도 만나보자.

● 운명을 개척한 여인 김만덕
동화책 「제주의 빛 김만덕」(글 김인숙)은 다른 이들의 아픔을 자기 아픔으로 껴안고 다독여 준 사람, 평생 모은 재산을 아낌없이 나눌 수 있었던 마음 큰 부자의 이야기이다.

이 책은 여자였고, 제주 사람이었으며, 서민이었던 만덕의 삶의 굴레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여자 만덕은 남성 중심의 유교 문화 속에 살아야 하는 여자였고, 더구나 그 문화의 가장 깊은 그늘인 기방에서 웃음을 팔아야 했던 기녀였다. 남성 중심의 유교 문화를 이념으로 하는 조선시대를 통틀어 만덕만큼 사회적 성취를 이룬 인물을 찾기는 어렵다. 신사임당, 허난설헌, 황진이… 같은 이들의 삶을 거론하기도 하지만, 그들을 평가하는 대목 또한 소극적인 자기 발현, 혹은 남성 중심의 시각에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자각한 여인으로 자기 삶의 주인이 되어 스스로 운명을 개척한 여인 김만덕은 그래서 더욱 특별한 여성 인물이다.

이 책은 만덕을 큰 부자라 부르고 있지만 그녀가 이루어 놓은 부와 그녀의 장사 수완을 마냥 칭송하는 것은 아니다. 만덕은 평생에 걸쳐 피와 땀으로 이룬 모든 것을 팔아 수 천, 수 만의 목숨을 사고자 했던 마음이 큰 사람이라고 책을 말하고 있다. 「제주의 빛 김만덕」에는 또 「책 속의 책, 제주에 깃든 작은 역사」를 부록으로 담았다. 가격 9500원.

●‘4·3 고아’중용이의 성장 일기
제주출신 동화작가 송재찬씨의 동화 「노래하며 우는 새」는 제주 4·3사건으로 부모와 헤어져 외할머니 집에서 사는 소년 중용이의 성장 일기다.

소심하고 순박한 주인공 중용이는 제주4·3으로 어머니, 아버지와 헤어져 외할머니 집에서 산다. 중용에겐 어렴풋한 기억으로 남아 있는 어머니보다 사진 한 장 남지 않은 아버지가 더 그립다. 동네에 나타난 낯선 남자만 보아도 혹시 아버지가 아닐까 뒤를 밟기까지 한다.

무더운 여름날, 아이들끼리는 미친 사람이라 여기며 멀리하는 기무르 하르방에게서 숨겨진 어머니와 아버지의 비밀을 알게 된다. 중용은 어머니와 아버지는 헤어졌고, 두 사람이 헤어진 것은 4·3 때문임을 깨닫게 되는데…. 이 책은 제주에서 태어난 송재찬씨의 어린 시절을 담고 있다.

작가는‘아무에게도 보이고 싶지 않던’자신의 묵은 상처를 치유하여 자신을 바로 알고, 우리 역사의 한 조각인 4·3사건을 통해 조각조각 흩어진 우리 역사를 온전히 맞추고자 했다. 주인공 송중용이 초등학교 갓 들어갈 때부터 5학년이 될 때까지를 배경으로 지금은 보기 어려운 50∼60년대 초등학교 운동회 모습을 비롯해 산과 들과 바다를 끼고 사는 아이들의 모습을 구수한 제주 말을 섞어 서정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우리교육·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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