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리지」가 사람이 살만한 곳을 찾아 이중환이 20여 년 동안 전 국토를 발로 밟은 방랑생활 끝에 쓴 조선후기의 인문지리서라면, 신정일의 「다시 쓰는 택리지」는 이중환을 스승으로 택리지를 교본 삼아 우리나라 강과 산을 샅샅이 훑으며 산하의 역사와 삶의 궤적을 좇아온 책이다. 저자는 이를 위해 20여 년간을 답사 인생으로 보냈다.

이번에 완간해 펴낸 「다시 쓰는 택리지」의 5권 ‘우리에게 산하는 무엇인가’에서는 우리나라의 명산을 찾는다. 백두산에서 지리산까지 백두대간의 8대 명산 및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명산과 함께 지역마다 산재한 특색 있는 거의 모든 산을 소개한다.

여기에는 역사 속에서 옛 선인들의 산에 대한 편력과 사유를 담고 있는 한편, 오늘날 그 변모상을 되짚어 본다. 또한 산과 산에 산재한 절집과 문화유산을 살피고 지역과 지역을 연결하는 주요 통로인 고개와 길을 되살린다.

이 책의 미덕은 기록이나 문화재로 전시된 그래서 보존되고 있는 것보다는 마이령이나 대문령, 목계나루나 기흉창 터, 영남대로와 삼남대로 등 지금이라도 보존하지 않으면 금세 사라져갈 것들에 대해 증언하고 있다. 사라져 가는 길, 사라져 버린 아름다운 옛 이름, 그리고 옛날의 형체를 도무지 떠올리기조차 힘들게 변해버린 산천들을 안타까움으로 찾고 있다는 점이다. 뿐만 아니라 보행자 전용도로나 강을 국립공원으로 지정하자는 제안 등 우리 국토의 올곧은 보존을 위한 제언을 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기존에 나온 문화유적지답사 책과는 구별되는 것으로 인류학적 보고서이자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한 ‘한 장’의 지도이다. 휴머니스트·1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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