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의‘4·3 위령제’참석을 바라는 도민들의 소원이 간절하다. 제주도와 4·3희생자유족회 대표는 각각 청와대를 방문해 노대통령의 4·3 위령제 참석을 공식 건의했다.
이들은 “내달 58주년 4·3위령제에 노 대통령이 참가, 무고하게 희생된 영령들을 추모해달라”고 정중히 요청했다. 또한 유족들은 “대통령의 4·3위령제 참석과 관련해 지방선거를 빙자한 정치일정이니 하며 딴죽거리는 정당이나 정치인 등이 있으면 강력히 대처할 것”을 경고하기도 했다.

이렇게 도민들이 인기가 없다는 노대통령을 한사코 ‘모시고자’하는 이유는 어디에 있는가. 무엇보다 상징적인 의미가 크기 때문이다. 또 과거사 정리의 실천력을 보여주는 일이기 때문이다.

알다시피 4·3의 왜곡된 아픈 역사는 이제 마무리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2003년 10월 15일 4·3 진상보고서가 작성됨에 따라 노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머리 숙여 사과를 했기 때문이다. 당시 노대통령은 제주에 직접 내려와 4·3희생자 유족과 도민들에게 “국정을 책임지고 있는 대통령으로서 과거 국가권력의 잘못에 대해 사과하며 무고하게 희생된 영령들을 추모하며 명복을 빈다”고 밝혔다. 그날의 감격과 감동은 온도민이 지금도 생생히 간직하고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4·3은 완전한 해결을 보지 못하고 있다. 58주년을 맞는 지금까지도 희생자 결정 문제가 매듭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대통령의 위령제 참석마저 이뤄지지 않아 4·3은 여전히 미완의 숙제로 남아 있는 것이다.

따라서 노대통령의 위령제 참석은 이제 불가피하게 됐다. 만일 노대통령이 도민의 소망대로 4·3위령제에 참석하게된다면 역사적 의미를 띠게될 것이다. 잘못된 우리 과거사의 확실한 청산이라는 차원에서 상징적인 대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다.

노대통령은 지난 3·1절 기념사에서도 “과거사에서 비롯된 분열을 해소하고, 신뢰와 통합의 새로운 사회를 만들어 가기 위해 우리는 지금 과거사 정리를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렇게 과거사 청산을 국정지표로까지 삼는 노대통령이 4·3위령제에 불참한다는 것은 이중적 태도로 비쳐질 수 있다. 따라서 이번에는 꼭 위령제에 참석하여 반세기 넘도록 시퍼렇게 멍든 가슴을 안고 살아온 유족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줘야 한다.

이참에 과거사 청산에 대한 우리의 인식도 달라져야 한다. 이렇게 자신과 관련된 과거사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은 강력히 요구하면서도 제3자의 과거사 청산에 대해서는 무관심하고 냉소적인게 현실이다. 특히 도민사회 일각에서도 “당장 먹고살기가 힘든데 과거만 파헤치면 뭐가 달라지느냐”며 “그럴 시간이 있으면 경제살리기에나 힘쓰라”는 비판이 없지 않다. 만일 4·3의 문제도 그런 논리로 접근한다면 희생자와 도민들은 어떻게 할 것인가. 나의 명예가 소중하면 다른 사람의 명예회복도 중요한 법이다.

따라서 과거사 정리문제는 역지사지로 이해해야 한다. 동백림사건과 민청학련·인혁당 재건위사건에 연루되어 억울하게 희생된 유족들의 마음을 어디 한번 헤아려 보라. 과거사 정리의 당위성을 찾을수 있게 될 것이다. 그 뒤에 숨어 있는 정치적 동기가 의심스럽다거나, 주도세력의 역사 인식에 문제가 있다고 비난할 일만은 아니다.<진성범 /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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