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리조트와 묘산봉관광지구 등 개발사업에 대한 영향평가 심의 과정에서 갖가지 편법적인 방법이 동원되고 있다.

제주도와 심의위원회가 영향평가 심의를 통과시키기 위해 내놓는 기상천외한 방법들을 보고 있노라면 과연 이들에게 제주도의 환경 보전을 위한 책임을 맡겨도 좋을 것인지 강한 의구심이 든다.

지난 3일 환경영향평가심의위 위원들이 한라산리조트에 대한 현장조사 과정에서 공식 회의를 통해 결정된 조건부 동의 결정을 번복한 이후 심의위원들이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9일 오후 열린 통합영향평가위원회 회의에서는 이 부분에 대해 위원회 차원에서 입장을 정리해야 하는 것이 당연한 순서였다.

하지만 몇몇 위원들이 모여 비공개 회의를 한 끝에 위원장은 회의 진행 권한을 부위원장에게 넘겼고, 위원장이 “위원장으로서 책임을 지고 직권상정하지 않겠다”던 이날 심의 안건을 부위원장이 의사봉을 쥐고 정식 상정하는 방법으로 회의는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4일 버스 안에서의 날림 회의와 심의위원에게 가해지고 있는 협박에 대해서는 아무런 입장 정리도 하지 않은 채, 단지 ‘요식 절차’로 전락하고 만 심의를 진행시킨 것이다.

더구나 이 과정에서 회의 진행에 문제를 제기했던 심의위원이 회의장에 들어가려 하자 관계 공무원과 지역 주민들이 막아서 결국 회의에 참석하지 못하는 상황이 빚어지기도 했다.

이처럼 영향평가 심의 과정이 파행으로 치닫고 있는 데 대해 누구보다도 도정에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환경단체들의 숱한 문제제기에도 도당국은 환경 훼손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찾기 위한 노력을 보이기는 커녕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면서 지역 주민들과 환경단체의 갈등 양상으로 몰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부터라도 도 당국은 개발사업자측이 내놓은 보고서대로 영향평가 심의를 통과시키는 데 급급할 것이 아니라, 도민들과 함께 청정 제주의 ‘환경 주권’이 지켜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홍석준/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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