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사건으로 숨지거나 행방불명 또는 후유장애를 겪고 있는 사람들을 희생자로 결정하는 것은 그들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조치다.

1999년 제정돼 이듬해 공포된 ‘제주4·3사건 진상 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접수된 희생자 신고는 1만4373명. 4·3실무위원회가 심사를 거쳐 이중 신고자를 제외한 1만3710명에 대해 희생자 결정을 내려주도록 4·3중앙위원회에 요청했으나 아직까지 30%에 가까운 3850명은 결정이 미뤄진 상태다.

이처럼 희생자 결정이 늦춰지고 있는 것은 국무총리가 위원장인 4·3중앙위원회가 지난해 3월 17일 제10차 전체회의를 가진 이후 꼭 1년이 지난 지금까지 회의를 개최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희생자 결정이 안된 3850명은 물론 그들 가족 등 주변 인물들까지 폭도나 폭도 가족이라는 불명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4·3 유족들이 최근 조속한 희생자 결정과 제58주기 4·3 위령제에 대통령이 참석해주도록 요청하는 궐기대회를 가진 것도 이러한 멍에를 벗기 위한 최소한의 의사표시인 셈이다.

특히 특별법이 제정된데 이어 대통령까지 과거 국가권력의 잘못에 대해 사과한 마당에 중앙위원회가 희생자 결정을 이처럼 미루고 있는 것은 제주도민을 얕보는 처사이자 정부의 신뢰성을 떨어뜨리는 행위로 비난받아 마땅하다.

이같이 4·3 희생자 결정이 하염없이 미뤄지는 가운데 ‘3·3절 골프’ 파문으로 이해찬 국무총리가 사의를 표명한데다 주무부처인 오영교 행자부장관마저 5·31 지방선거 출마를 위해 금주중 사퇴할 것으로 알려져 희생자 결정이 언제 이뤄질지는 더욱 오리무중에 빠져버렸다.

이런저런 사정으로 정부도 어려움이 적지 않을 것으로 충분히 예상되나 50여년동안 묵은 도민들의 응어리를 속시원히 풀어주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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