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제주4? 발간’ 허영선 시인 집필 맡아

“아, 떼죽음 당한 마을이 어디 우리 마을뿐이던가. 이 섬 출신이거든 붙잡고 물어보라. 필시 그의 가족 중에 누구 한사람이, 아니면 적어도 사촌까지 중에 누구 한 사람이 그 북새통에 죽었다고 말하리라”(현기영 「순이삼촌」일부)

1948년 고립무원인 제주도에 6·25전쟁 버금가는 아픔이 있었다. 그 사건으로 목숨 잃은 사람만 2만5000∼3만 명, 제주사람 아홉명 중 한명이 죽어갔다.

그로부터 30년 후, 기어이 침묵을 깨는 소리가 들려왔다. 바로 4·3 광기의 현장이었던 북촌리 옴팡밭, 그 학살의 한가운데서 살아남은 어느 할머니의 이야기를 현기영은 소설 「순이삼촌」에서 뱉어내게 된다. 올해로 제주 4·3항쟁이 58주년을 맞았다.

제주4·3연구소(이사장 고희범)편,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이사장 함세웅) 발간으로 「역사다시읽기-제주4·3」이 출간됐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는 이미 4·19혁명, 5·18민중항쟁, 부마민중항쟁, 한일회담반대운동을 발간한데 이어 여섯번째로 이 책을 출간하게 된 것이다.

「역사다시읽기-제주4·3」은 제주4·3연구소의 의뢰로 시인 허영선씨(전 제민일보 편집부국장)가 집필을 맡았다. 책은 시인의 따뜻한 시선을 통해 제주4·3항쟁의 역사를 청소년의 눈높이로 쉽게 정리해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어른과 소년의 대화체로 풀어가는 독특한 형식으로 4·3의 무거운 역사를 간결하고 감동적으로 기술하고 있다.

이 책은 지난 2003년 정부에 의해 확정된 제주4·3진상조사보고서 이후 처음으로 전국단위의 공식기구에서 출간돼 전국의 학교와 기관, 도서관에 배부돼 4·3의 전국화와 대중화에 큰 기여를 하게 된다.

이 책은 모두 8장에 걸쳐 해방직후의 민족적 열망, 세계냉전체제의 구도 등 외적 조건과 미군정의 실책, 친일파의 등장, 사회적 혼란, 제주도민에 대한 탄압 등 내적 조건을 두루 이해하도록 했으며, 4·3이 제주인들에게 남긴 상처와 교훈을 바로 기록해 4·3의 비극을 겪은 제주사회가 나아가야 할 기본방향을 평화와 인권, 화해와 상생, 분단체제의 극복과 통일지향에 두도록 서술됐다.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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