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살의 젊은 청년이 고향 제주의 피비린내 나는 슬픔을 장편영화로 옮겨낸다.

“4·3의 실상만을 다룰 것이었다면 다큐를 제작했겠죠. 영화 「꽃비」는 제주도, 남한, 북한, 미국을 상징하는 주인공들을 통해 4·3을 상징적으로 담아낼 것입니다. 시대의 아픔을 은유적으로 이끌어내 누구나 쉽게 공감할 수 있도록 하는 거죠”.

정종훈씨의 영화 「꽃비」가 주목을 끄는 이유다. 정종훈씨는 고교시절부터 카메라를 만지작거리며 영화인의 꿈을 키워왔다. 동국대 영화영상학과로 진학했고, 다양한 작품을 제작하기도 했다. 여기까지는 여느 영화학도와 비슷할 터. 그러나 「고딩약속」(1999)은 정보통신부장관상·미추홀영화제 금상, 젊은미래영상제 으뜸상을 수상했고, 「섬의노을」(2000)은 SK텔레콤영화제 대상, 부산영상제 대상 등을 받았다.

영화 「꽃비」 역시 의욕만으로 뛰어들었다고 치기에는 제작진과 배우들의 전문성이 만만치 않다. 촬영감독으로 합류한 박형룡씨(36)는 러시아 국립영화대 촬영과 석사학위를 취득한 전문인력이며, 배우들 역시 스타는 아니지만 실력이 뒷받침되는 전문 영화인들이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탄탄한 시놉시스다. 4·3이 지나간 1960년대 제주의 작은 학교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통해 4·3을 날카롭게 재현하는 것. 흠모의 대상인 서연은 제주도를 상징하고, 서연을 맴도는 도진과 민구에게는 각각 혼란스러운 남한과 북한의 이데올로기가 투영됐다.

지배욕으로 뭉쳐진 미국을 상징하는 동일에 의해 희생되는 서연의 모습은 할퀴어진 제주 섬의 모습, 그것과 꼭 같은 것이다.

영화 「꽃비」는 오는 4월17일 크랭크인, 제주전역에서 제주사투리로 촬영된다.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