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사건 발생 제58주년을 앞두고 지난 29일 의미 있는 결정이 있었다. 제주 4·3 중앙위원회가 4·3 수형인을 포함한 사망자와 행방불명자 등 2865명을 4·3희생자로 최종 결정한 것이다. 이에 따라 4·3 희생자로 신고된 1만4373명 가운데 88.5%인 1만2725명에 대한 심의가 완료됐다.

하지만 4·3의 완전한 해결을 가로막고 있는 요인중의 하나가 바로 수형인 문제다. 생존 수형인은 희생자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4·3희생자는 ‘4·3사건으로 인해 사망하거나 행방불명된 자 또는 후유 장애가 남아 있는 자’로 규정하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같은 수형자 가운데서도 불법적으로 체포·구금됐더라도 죽거나 행방을 알 수 없으면 희생자가 되지만 살아 있으면 희생자로 결정될 수 없는 모순을 언제까지 갖고 갈 수는 없다. 이 같은 사각지대를 방치하고 진상규명을 논할 수는 없는 일이다.

아다시피 제주4·3의 흔적은 전국 곳곳에 산재해 있다. 수형인들은 무기징역형에서 1년형까지, 서울 서대문에서 마포·인천·대전·대구·목포·김천·부산·마산·진주 등 전국의 형무소에서 수형생활을 했다. 그나마 학살당해 구천을 맴돌던 죽은 자들은 희생자로 결정돼 위안을 삼을 수 있으나 살아남은 자들은 아직껏 명예회복이 안 된 실정이다.

현재 생존 수형인은 적게는 150여명에서 많게는 800여명이 넘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들을 외면한 4·3 바로세우기는 허상일 수밖에 없다. 이들 생존 수형인들을 희생자 범위에 포함시켜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러한 의미에서 현재 국회에 계류중인 4·3특별법 개정안 희생자 범위에 ‘구금된 사실이 있는 자 또는 수형자’까지 확대하고 있음은 다행스런 일이다. 화합과 용서와 화해라는 4·3의 종착역으로 가는 길에 걸림돌이 한 부분이라도 있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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