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해발굴은 4·3의 해결을 위한 또하나 과제임에 틀림없다. 통한의 역사를 증언해줄 실체라는 점에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할 부분이다. 4·3단체와 유족들이 유해발굴을 통한 진실규명의 불가피성에 초점을 맞추는 배경도 바로 여기에 있다.

4·3 당일 위령탑 앞에서 헌화 분향하는 유족들의 줄서기는 낯익은 광경이다. 위령제 및 진혼제의 절정이다. 하지만 슬픔과 한으로 얼룩진 그들 가운데는 유해수습을 못했거나 실종처리된 희생자 가족이 수두룩한 실정은 더더욱 가슴아픈 사연이다.

유해발굴은 4·3의 진상을 규명하는데 반드시 필요한 수순이다. 세월과 흙더미에 덮여 구천을 헤매는 원혼들을 달래고 현대사의 제주비극을 조명하는 열쇠이기 때문이다. 말로만 전해오는 ‘그날 그곳’에 과연 어떤 일이 묻혀있는지 확인하는 것은 당연하고 시급한 과정이 아닐 수 없다.

올해 유해발굴 사업비로 정부가 10억원을 배정한 것은 그나마 다행스럽다. 공식 발굴작업에 물꼬를 튼것과 같다. 유해발굴은 체계적이고 구체적으로 접근해야한다. 역사를 들추고 재단하는 사업인탓에 신중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또하나 챙겨야 할 것은 유해발굴에 연속성을 지니는 일이다. 10억원 배정이 자칫 선심성 지원으로 변질돼 후속지원이 중단될 것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때문이라도 발굴지 선정과 유해수습 및 처리등에 대한 폭넓은 공감대가 중요하다. 돈주니까 그것에 맞춰 일을 추진할게 아니라 세부계획을 수립, 사업비지원을 요청하는게 옳다. 손만 내밀게 아니라 떳떳하게 주장하자는 뜻이다.

이러니 국회계류중인 4·3특별법 개정을 서두를 것을 다시한번 촉구한다. 정부당국이 아무리 약속하고 ‘말의 성찬’이 전제된다해도 법적인 뒷받침없이는 사실상 쉽지않음은 일찌감치 지켜봐온 우리들이다. 반세기 넘게 묻힌 역사적 진실기행이기에 법적 버팀목은 더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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