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4·3과 평화의 메시지가 전세계에 알려지길 희망합니다”

재일조선인 화가 현순혜씨(53)와 일본 작가이자 반전평화운동가인 오다 마코토씨(74)가 최근 4·3 58주년 기념 전야제에 참석하기 위해 제주를 찾았다.

현순혜씨는 얼마전 자전적 에세이집 「내 조국은 세계입니다」(현암사)를 통해 일제강점기에 일본으로 건너간 제주 출신의 노동자 부모와 가족사를 소개해 국내 독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주었다.

남편 오다 마코토씨는 지난 63년 한국정부의 초청으로 한국에 온 이후 오랫동안 한국 땅을 밟지 못했던 인물이다. 한국의 민주화 투쟁을 지원하고 베트남 반전 평화운동을 하고 있던 탓에 오랫동안 한국 정부로부터 미움을 샀고 기피인물로 낙인 찍혔다.

오다씨는 “특히 한국을 찾을 당시 제주를 찾은 감회를 빌어 간접적으로 제주에는 4·3의 학살과 같은 슬픈 역사가 있다고 쓴 것이 화근이 돼 30년 동안 한국 입국을 거부당했었다”고 말했다.

그런 오다씨 부부에게 4·3 58주년 기념 전야제 참석은 그 무엇보다 각별하다.

오다씨의 눈에 제주의 4·3과 1945년 8월 미군의 대공습으로 초토화됐던 오사카가 오버랩된 것이다.

오다씨는 “오사카 대공습은 무고한 주민들의 목숨이 하루아침에 빼앗아갔다. 어린 소년이던 나도 공습으로 죽을 뻔했다. 어제 함께 이야기를 나누던 이웃집 아주머니가 새까맣게 타 죽은 모습을 보아야 했다. 전쟁으로 인해 인간의 꿈이 하루아침에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 결과인지, 평화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깊이 깨달았다”고 회고한다.

그는 “죄 없는 많은 제주민들이 이유 없이 죽었다는 점에서 제주4·3과 오사카의 경험은 공통점이 있다”면서 오랜 굴곡의 역사로 인해 역사성이 몸에 체득되어 있는 제주에서 평화와 4·3을 잇는 노력들이 이뤄지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그는 평화를 위해 향후 해야 할 일에 대해서는 문민정권 이후로 한국의 군사문화는 평화문화로 넘어왔다. 한국이 문민정권이래 군사적 색깔을 띠지 않은 평화산업으로 세계에 알려지고 있다는 사실은 긍정적 이라면서 그런 점에서 한류는 무기의 힘이 아니라 문화의 힘으로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앞으로는 평화를 위한 각국의 지적교류가 필요하다 고 말했다.

이어 일본의 오키나와는 군사기지속에 생활이 있기 때문에 그 속에서 평화스러움을 느끼기에는 불편하다. 반면 제주는 오키나와처럼 군사기지가 없기 때문에 평화스러움이 배어 있다 면서 그런 제주에서 부디 평화를 지켜달라 고 덧붙였다.

한편 현순혜·오다씨 부부는 기회가 닿는다면 제주에 얽힌 이야기를 책으로 발간할 뜻도 밝혔다. 현순혜·오다씨 부부는 오는 5일까지 제주에 머물며 선산을 돌아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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