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일 제주신산공원에서 열린 4·3 58주년 전야제.  
 
4·3 58주년 전야제서 평화의 촛불 타올라…국내 평화인권인동가 대거 참석 눈길
58년 전 피 바람이 몰아쳤던 이곳에 평화의 촛불이 봉헌되고, 평화를 염원하는 메시지가 이어졌다.

제주도4·3사건유족회, 제주4·3연구소, 4·3도민연대, 제주민예총이 공동주관하는 제주4·3 58주년 전야제가 ‘생명 꽃 피어 평화를 노래하다’를 주제로 2일 오후 7∼9시 제주시 신산공원에서 열렸다.

지난해 처음 개최, 올해로 두 번째를 맞는 4·3전야제는 1000여명의 도민과 4·3유족들이 참여해 4·3의 진상규명과 평화의 염원을 한데 모은다는 점에서 ‘평화축제’로써 틀을 잡았다는 평가다.

이날 전야제에는 평화를 부르짖고, 몸소 실천해왔던 평화인권운동가들이 대거 참석해 눈길을 모았다.

현재 평택미군기지 확장저지 운동을 벌이고 있는 문정현 신부를 비롯해 일본의 반전운동가이자 작가인 오다마코토·서귀포 출신의 화가 현순혜씨, 생명평화탁발순례를 벌이고 있는 도법스님이 제주를 찾아 평화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이날 전야제에서는 4·3때 총을 맞아 턱을 잃어 한평생 무명천으로 감싼 채 홀로 지내시다 2004년 9월에 세상을 달리한 무명천 할머니를 애도하는 허영선 시인의 ‘무명천 할머니’ 시낭송과 영상은 관람석의 분위기를 일순간 엄숙케 했다.

이와 함께 시 노래 동인 나팔꽃이 출연해 평화의 노래를 부르는 한편 제주윈드오케스트라와 제주춤연구회의 춤과 노래 공연, 소리꾼 장사익·가수 이정미씨의 공연, 100여명의 시민으로 구성된 4·3시민합창단의 평화대합창 등이 마련돼 관람객들과 평화의 노래를 함께 하는 시간을 가졌다.

4·3전야제 주최측이 신산공원 입구에 마련한 ‘소원지 풍선 달아매기’에는 행사장을 찾는 이들의 한꺼번에 몰리면서 북새통을 이뤘다. 신산공원에는 관객들이 “생명꽃 피어 평화를 노래하다”라는 제목의 종이에 자신의 소원을 정성껏 적은 뒤 줄에 매달은 수 백개의 풍선들이 하늘을 뒤덮었다.

가족과 함께 행사장을 찾은 고지영양(9·인화교 2)은 “더 이상 4·3같은 불행한 일이 없었으면 좋겠고 가족들이 모두 건강했으면 좋겠다”고 소원을 남겼다.

문영순씨(40·제주시 이도동)도 “가족의 건강과 조카나 내가 알고 있는 모든 분들이 뜻하는 바가 꼭 이뤄지길 빈다”면서 “과거에 비해 4·3이 많이 알려지고 각종 문화 행사들이 정착하는 것 같아 도민의 한 명으로서 가슴 뿌듯하다”고 말했다.

신산공원 4·3해원방사탑에는 행사장을 찾은 관객들이 봉헌한 수 천 개의 촛불들이 어둑어둑 해진 저녁 하늘을 빨갛게 물들였다. 할아버지 손을 잡고 행사장을 찾은 손자도, 가족도, 일본 관광객들도 4·3해원방사탑을 천천히 돌면서 촛불을 봉헌했으며 촛불을 놓은 자리에서 잠시 묵념을 올리기도 했다. 4·3기행차 제주를 찾은 곽호경·유승한(안양사랑청년회)씨는“이제까지 4·3을 듣기만 했었는데 직접 와서 보니까 감회가 남달랐다”면서 “제주는 아름다움과 슬픔이 공존하는 섬 같다. 다시는 제주 4·3과 같은 죽임의 광풍이 불지 않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4·3 58주기 기념 전야제에서 대추리 모금함 행진이 이어져 눈길을 끌고 있다.

제주민예총은 최근 경기도 평택시 팽성읍 대추리, 도두 2리 미군지기를 확장하려는 정부와 국방부, 미군을 상대로 미군지기 확장 반대운동을 벌이는 문정현 신부(평화바람 평화유랑단 단장)를 비롯한 현지 주민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기 위해 모금함을 마련했다.

제주민예총은 화가 고길천씨의 작품‘팽성읍 대추리, 도두 2리’, 놀이패 한라산, 민중가수 최상돈씨, 시인 강덕환씨 등이 오는 15일 현지에서 하우스콘서트를 열고 4·3 58주기 기념 전야제에서 거둔 모금함을 전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순실·박미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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