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8주년 제주4·3위령제가 열린 2006년 4월 3일은 참 따뜻했다. 전날까지만 해도 몸을 움츠리게 하는 세찬 비바람이 불고 안개까지 자욱하게 낀 음울하고 추운 날씨였는데, 이 날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너무나 밝고 화창했다. 이는 노무현 대통령이 이번 위령제에 참석함으로써 4·3영령들께서 맺힌 한을 푼 결과라고 생각한다.

노무현 대통령은 이미 지난 2003년 10월 31일 사과함으로써 유족들을 위로한 바 있는데, 이번에는 2년 5개월 3일만에 직접 4·3위령제에 참석해 영령들께 헌화 분향하고, 머리 숙여 원혼들의 명복을 빌었다.

과거 한국 현대사의 여러 비극적 사건들 중에서 국가 공권력의 잘못에 대해 국가 차원에서 진상을 규명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국가 원수인 대통령이 사과한 것은 제주4·3사건이 최초의 일이다. 이는 대한민국이 이제 인권선진국으로 진입하게 됐다는 사실을 국내는 물론 세계 만방에 알린 역사적 사건이다.

대통령은 추도사를 통해 “깊은 애도의 마음으로 4·3영령들을 추모하며 삼가 명복을 빕니다. 오랜 세월 말로 다 할 수 없는 억울함을 가슴에 감추고 고통을 견디어 오신 유가족 여러분께 진심으로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라고 했다.

이처럼 노무현 대통령이 바쁜 국정에도 제58주년 위령제에 참석해 원혼들을 위령하고 유족들에게 위로의 말을 한데 대해 4·3희생자 유족 일동은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이번 대통령이 위령제 참석은 우리 4·3희생자 유족들에게 열심히 살아갈 수 있는 용기와 희망을 준 것이다. 그리고 화해와 상생의 정신 아래 제주도의 밝은 미래를 열어가겠다.

오는 7월 1일 제주도는 특별자치도가 된다. 우리 제주도민과 4·3희생자 유족들은 대한민국의 보배인 제주도가 세계인이 부러워하는 평화의 섬, 번영의 섬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전력을 다해 함께 힘을 모아 나갈 것이다.

구천을 헤매는 4·3 영령들이시여!

대통령이 영령님들을 추모하면서 명복을 빌었습니다. 이젠 원한과 노여움을 풀고 편안히 영면하소서. <김두연 / 제주도 4·3사건희생자유족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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