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가 2005년 12월1일부터 정부직속으로 과거사위원회를 설립, 과거 정부로부터 억울한 피해를 당했던 사건들의 신고를 접수하고 있다. 2006년 3월말 현재 사건 종류 200여건, 피해신고 건수가 1700여건이 접수됐다고 한다.

물론 제주도에서도 피해자를 대상으로 신고를 접수받고 있다. 사건 내용도 다양하다. 멀게는 일제시대에 독립운동과정에서 억울함을 당했던 사건부터 제주 4·3사건, 최근 KAL항공기 폭파사건 등까지 접수되고 있다.

제주4·3사건과 예비검속 사건은 제주 4·3위원회에서 4·3사건에 대한 진실은 많이 규명됐으나 예비검속 사건에 대한 진실은 하나도 규명되지 못했다. 제주 4·3진상보고서 내용에도 전체 540쪽 분량 중 예비검속에 관한 내용은 20쪽에 불과하다. 반드시 밝혀져야 될 사건배경, 사건과정, 희생자, 가해자 주체 등에 대해 조사가 이뤄지지 못했다.

일부 제주 예비검속 유족들은 사건 신고를 기피하고 있다고 한다. 이는 정확하지는 않지만 4·3위원회에 가입돼 있어 다시 과거사 위원회에 가입한다면 4·3위원회로부터 분리되거나 차등적인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는 두려움에서 신고를 기피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청산되지 못한 역사는 다시 반복된다. 앞으로 무자비한 인권 유린사건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다. 그래서 이번에 과거의 모든 인권문제들을 해결하려고 참여정부가 하나의 과업으로 과감히 시행했다. 그러나 정부 시책에도 불구하고 당사자인 유족들이 여기저기 눈치를 보느라 신고자체를 기피한다면, 제주 예비검속사건은 영원히 역사속으로 묻혀버리고 말 것이다.

제주예비검속사건의 진실규명과 희생자 명예회복은 정부에 의존하는 자세보다 반드시 유족들이 해결해야 한다는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

이 사건의 핵심은 국가기관에 의한 폭력·학살 사건임을 증명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유족들이 힘을 합쳐 사건당시 증거자료나 사건 상황들을 들춰낼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과거사위원들이 빠른 진상조사를 할 수 있을 것이며 문제 해결에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좌융수·재경 제주예비검속 희생자 유족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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