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말썽을 빚고 있는 수도권지역의 난개발 실태는 보전의 중요성을 새삼 들먹이게 한다.곳곳이 고층아파트로 치장됐다.웬만한 경관이 뒷받침되면 어김없이 별장이나 러브호텔이 들어서 마구 파헤친 흔적으로 삭막하다.지난 94년부터 시행한 준농림지역이 난개발의 주범으로 자리잡아온 것이다.개발업자들은 적법한 절차를 거쳤다며 마구잡이 공사를 벌인 것이다.숲으로 둘러싸인 아늑한 곳에서 살아보려고 먼저 입주한 사람들은 인근에 같은 아파트군이 들어서며 낭패를 당했다.쾌적한 생활환경은 사라지고 주민들의 민원은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러한 개발을 손쉽게 해준 준농림지 제도를 없애려 하고 있다.건설교통부가 난개발방지 종합대책을 내놓은 것이다.현행 도시계획법과 국토이용관리법상의 9개 용도지역을 6개로 축소하고 이를 도시구역과 녹지구역·보전구역으로 구분한다는 계획이다.준농림지는 녹지지역으로 편입해 개발허가제를 도입한다.이번 대책의 골간은 ‘선계획 후개발’로 잡아간다는 것이다.이같은 내용의 법개정을 통해 내년하반기부터 시행에 들어간다고 한다.건교부도 도시녹지지역보다 개발이 쉽게 되는 준농림지의 도입을 후회할 정도다.진작 이러한 결과를 예측치 못했냐는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개발은 사람의 삶을 편하게 한다는 명목으로 이뤄진다.아늑한 생활공간과 주거환경은 일정수준 개발 없이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한편 보전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편함보다 더한 삶의 질을 강조한다.자연속에 있어야 자연을 이용할 수 있다.소진해버리면 더 이상의 것은 없어진다.가령 열대림을 잘라내 개발을 가속화하면 산소량이 모자라 삶의 질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그런 예다.그래도 개발은 계속된다.개발과 보전은 영원한 숙제일지 모를 일이다.

세계적인 경관의 본도도 관광지 개발이라는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비록 친환경적인 개발이라는 단서를 달긴했지만 인공구조물을 들여놔 관광편의시설을 설치하는 것이다.제주가 자랑할만한 관광자원은 아기자기한 자연경관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콘크리트를 바른 구조물은 세계 어디에도 있다.가장 자연친화적인 관광지여야 할 여건인 것이다.제주개발에 수도권지역의 난개발 사례는 타산지석임에 틀림없을 듯 하다.<고순형·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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