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는 지하수 의존 비율이 다른 어느 지역보다 높다. 때문에 한 번 사용한 수돗물 등을 재이용해 농업용수 및 인공함양 용수 등으로 활용, 지하수 사용량을 줄이고 수자원을 보존하는 차원에서 그 필요성이 어느 곳보다 절실하다. 이런 점에서 1일 평균 1만t 이상의 하수를 처리하는 도내 하수처리장은 하수를 정화해 농업용수 등으로 공급할 수 있는 거점시설이 될 수 있다.

이같은 기대속에 남제주군은 지난해 10월부터 대정읍 하모하수처리장을 통해 정화된 방류수를 인근 농가에 농업용수로 공급하고 있다.

그러나 북제주군은 광역하수종말처리장 시설사업을 벌이며 방류수의 재이용 계획을 포함시키지 않아 수자원 보존 의지가 부족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광역하수종말처리장 어떻게 조성되나=북군이 추진하고 있는 광역하수종말처리장 시설사업은 모두 2곳이다.

지난 97년부터 올해말 완공을 목표로 구좌읍 월정리 일대에 908억5500만원의 사업비를 들여 1일 1만2000t의 처리용량을 갖춘 동부하수처리장 시설사업을 벌이고 있다. 또 한경면 판포리 일대에 사업비 1027억8500만원을 투자해 1일 1만2000t을 처리할 수 있는 서부하수처리장 시설사업도 추진, 올해 말까지 공사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지금까지 추진상황을 보면 동부하수처리장은 처리장 1식과 차집관 61.5㎞, 중계펌프장 17곳, 해양방류관 0.5㎞가 완료됐으며, 서부처리장은 처리장 1식과 차집관 47.4㎞, 중계펌프장 24곳, 간이펌프장 39곳 등이 설치됐다.

북군은 올해 말 동·서부하수처리장 건설사업이 완료되면 하수의 해양침투 방지로 청정해역 수질보전 및 수자원 보호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수자원 재이용 의지 실종=문제는 올해 건설사업이 완료되는 북군 동·서부하수처리장이 단순 하수처리장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점이다.

방류수를 재이용해 농업용수 등으로 이용하면 지하수 사용량을 크게 줄일 수 있는 등 수자원 보호와 재이용에 나설 수 있는데도 이 같은 계획을 스스로 포기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말 기준으로 북군 서부지역 지하수 이용실적이 1일 평균 5만7000t에서 최고 20만5000t에 이르고, 동부지역도 1일 평균 3만2000t에서 최고 9만9000t에 달하는 점을 감안할 때 하수처리장 방류수 재이용은 뒤로 미룰 수 없는 시급한 과제다.

사정이 이런데도 북군은 방류수 재이용과 관련, “용역결과 하수처리장 방류수의 염분이온농도가 높아 농업용수로 적합하지 않다는 판단이 내려졌다”며 “이 때문에 방류수를 바다로 흘려 보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수자원 활용은 이렇게 = 북군과 달리 이미 하수처리장을 건설, 운영중인 남군은 방류수를 농업용수로 공급, 수자원 재이용은 물론 비용 감소 등의 효과를 얻고 있다.

하모하수처리장은 가을 가뭄이 심각했던 지난해 10·11월에 도내 처음으로 방류수 4600여t을 인근지역 농경지에 농업용수로 공급했다. 7억6000만원의 사업비를 들여 5000t 규모의 저류조와 농경지 공급 관로·펌프시설 등을 설치, 별도의 재처리 시설없이 방류수를 그대로 농업용수로 공급할 수 있었다.

문제로 지적되던 염분이온 농도는 우수·오수관을 분리, 횟집 등 식당의 염분수를 우수관을 통해 바다로 방류한 결과 염소이온농도와 생물학적·화학적 산소요구량, 부유물질 등 처리 후 수질이 농업용수 기준을 충족하고도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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