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4·3당시 희생자로 추정되는 유해가 발견되면서 우리의 아픈 역사를 후손들에게 생생해 전달할 수 있는 중요한 사료이자 역사의 교육장인 4·3유적지에 대한 보전·관리가 현안으로 대두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유해발굴사업 추진에 따른 법적 근거가 뒷받침되지 않는 등 4·3후속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개발광풍(狂風), 4·3유적 훼손 가속
제주4·3연구소와 4·3유족회 등으로 구성된 ‘제주4·3희생자 구제발굴단’은 지난 4일 4·3당시 집단학살·암매장지로 추정되는 ‘화북천 인근 밭’에서 유해 2구를 발견했다.

4·3을 경험한 지역주민들의 증언에 따르면 이곳에는 당시 9구 정도가 암매장됐고, 일부는 연고자들이 찾아가 현재는 5∼6구 정도가 묻혀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구제발굴단은 오늘(11일) 오후 이곳에서 발굴을 재개, 나머지 유해를 최대한 빨리 수습키로 했다.

현재 발굴현장 주변에는 포클레인 등 건설장비가 투입돼 하천정비사업이 한창 진행되고 있어 긴급구제 발굴이 이뤄지지 않았다면 4·3유적이 완전히 사라질 뻔했다.

제주도와 4·3연구소는 지난 2002년 12월부터 진행한 도내 4·3유적지 전수조사 결과, 유적지 대부분이 훼손되거나 파괴되고 있어 보존대책을 서둘러 마련할 것을 주문했다.

이 때문에 제주도는 각종 개발로 훼손이 가속화되고 있는 △관음사주둔소 등 보존유적 4곳 △낙선동4·3성 등 정비유적 6곳 △북촌 너분숭이 일대 등 복원유적 9곳 등 18개 주요유적지에 대해 2009년까지 국비 149억7000만원을 투입, 정비해나가기로 계획을 세웠다.

▲4·3유해 발굴 근거마련 시급
4·3유적지 정비사업과 달리 유해발굴사업은 사업추진 근거조차 마련되지 않은 실정이다.
지난 4일 ‘화북천 인근 밭’에서 이뤄진 4·3희생자 긴급 구제발굴은 화북천 정비사업이 진행됨에 따라 급작스럽게 이뤄진 ‘미봉책’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공식적인 4·3유해발굴단 구성과 체계적인 유해발굴사업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법적·제도적 뒷받침이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무엇보다 유해발굴사업의 근거 등을 담고 있는 4·3특별법 개정안 처리가 가장 시급하다. 4·3특별법이 개정돼야 올 한해 10억원의 예산투입이 예정된 집단학살·암매장지 4곳에 대한 유해발굴 사업이 정상적으로 추진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4·3특별법 개정안은 지난해 9월 국회에 제출됐지만 정부의 미온적인 태도와 한나라당의 반발 등에 막혀 8개월째 표류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 관련해 강창일 의원은 지난 9일 4·3유족회와 간담회를 갖고 “화북천 4·3유해발굴작업이 조속히 마무리되도록 관계기관과 적극적으로 협의하겠다”면서 “아울러 다음 임시국회에서는 특별법 개정안이 반드시 통과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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