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의 기운이 넘치는 땅, 제주. 모든 사람들의 간절한 소망일 것이다. 2년 전 생명평화탁발순례단을 이끌고 제주를 찾은 도법스님은 “4·3의 아픔을 품고 있고 천혜의 자연환경을 간직하고 있는 제주야말로 인류의 위기를 헤쳐나가는 새로운 대안지역이 될 것”이라며 생명평화의 섬  제주를 선언하기도 했다. 그 후 제주에는 작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구호나 공약으로의 평화가 아닌 생활에서 평화의 씨앗을 심고 가꾸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평화의 일꾼·세계시민을 키운다” ‘평화·배움공동체’ 제주평화학교

평화의 섬을 고민하는 사람들이 모여 제주평화학교를 세운다.
제주평화학교(www.peacejeju.org)는 제주시 봉개동 제주4·3평화공원 일대 1만여평에 학교부지를 확보하고 인권, 평등, 환경 등의 가치교육을 통한 세계시민 양성을 목표로 내년에 개교하는 대안학교다. 제주평화학교에는 제주지역 종교계, 의료, 법조, 시민단체, 경제, 학계, 예술계 관계자 60여 명이 추진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제주평화학교는 도시형 대안학교를 표방하고 있는 분당의 이우학교를 모델 삼아 학교설립인가와 교사모집, 건물 신축, 신입생 선발 등 절차를 밟고 있다. 

 제주평화학교는 청소년들이 사교육에 의존하지 않고 협동적 배움을 통해 학생들은 경쟁심이 아닌 우정을, 교사와 학생들은 사랑과 존경을 쌓는 평화의 공동체, 배움의 공동체를 실천하는 학교다.
임문철 제주평화학교 공동대표(천주교 제주교구 주임신부)는 “제주가 세계 평화의 섬으로 지정은 되었지만 아직도 선언이나 구호 수준에 머물러 있다”면서 “진정한 평화의 섬을 위해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평화교육이 일상화되고 정착되도록 평화에 대한 가치교육을 이뤄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임 대표는 ‘제주학교는 귀족학교가 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에 대해 “최근 통계청의 발표에 따르면 한달 공·사교육비가 평균 31만원에 이른다”면서 “제주평화학교는 과외 등 사교육을 배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귀족학교란는 말은 평화학교의 교육철학과도 배치된다”고 지적했다.

임 대표는 제주평화학교 설립추진위원들이 주축이 될 평화교육공동체를 중심으로 제주평화학교의 재정 마련에 노력을 경주할 것이며 기업의 사회화원 등 사회적 참여를 유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얘들아, 초록이네 놀이터로 놀러와” ‘인간과 자연의 서로 살림’ 곶자왈 작은학교-

‘머털도사’ 문용포씨(제주참여환경연대 환경교육국장)가 일을 냈다. 10년간의 환경운동 경험을 거름삼아   북제주군 애월읍 선흘리에 어린이환경교육시설인 곶자왈 작은학교(http://blog.naver.com/orum368)를 세운다. 오는 7월에 문을 열 계획으로 지난 4월부터 준비에 들어간 이 작은학교는 200여 평 규모에 도서관, 생활관, 쉼터와 자연체험장인 텃밭을 갖추고 있다.

학교 터를 얻는 것에서부터 설립기금 모금, 도배· 장판, 보일러 고치기, 책 구입하기까지 모두 지인들의 품앗이로 이뤄졌다. 신용복 성공회대 교수(63)는 ‘곶자왈 작은학교’ 제호와 서예작품 2점을 기증해주었다.
곶자왈 작은학교는 아이들에게 자연을 정복의 대상, 개발의 대상으로 삼는 기성세대들의 잘못된 자치관을 떨쳐내고 인간과 자연의 ‘서로 살림’이라는 새로운 가치관을 심어주는 데 교육적 가치를 두고 있다. 이 학교는 선인분교와 선흘분교, 대흘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자연학습과 책읽기, 놀이, 마을 일 돕기 등 프로그램으로 진행하고 주말에는 인근 학교를 비롯한 도내 청소년들의 체험학교, 계절학교, 기관·단체 협력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곶자왈 작은학교는 교사를 꿈꾸던 문용포씨의 오랜 숙원사업이었다. 문씨는 지난 99년에도  어린이오름학교를 맡아 아이들에게 자연과 놀며 창의력과 상상력, 감수성을 키워주기도 했다. 문씨는 “아이들이 자연과 벗해서 마음껏 뛰어 놀고 친구와 어깨동무해서 서로 돕는다면 자연, 인간에 대한 생명존중의 마음은 저절로 싹 틀 것”이라며 “그런 싹 튼 마음들이 바로 평화”라고 강조했다.

 

김민주(전 오름학교 기자) "상생의 평화를 가르친 오름"

상생의 평화를 배운 오름

 초등학생 때부터 매년 돌아온 환경보호관련 백일장에 슬프리만치 진부한 이야기들을 끼적거리면서도 사실 내 주변의 자연을 제대로 이해하고 알려고 한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제주의 풍부한 생태자원과 그의 주축을 이루는 오름에 다니기 전까지 내게 있어 자연은 그저 표면적인 아름다움과 찰나의 안정적 휴식처를 제공해주는 요소였을 뿐이었다. 급격한 개발이 낳는 파괴에도, 일상적으로 배출되는 오염물에도 익숙해진 나에게 '자연보호', '환경보존' 같은 문구는 지극히 당위적이면서도 평범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인위적이고 비환경적인 피폐함에 찌들었던 4년 전, 때마침 오름학교와의 만남이 시작되었다. 너무도 형식적인 기존의 환경교육 방식과는 달리 자연에 그대로 '노출'되어 '소통'하는 프로그램들은 내게 가히 충격적이었다 할 수 있겠다. 그동안 등한시했던 작은 존재들부터 상처투성이가 된 개발현장까지, 생태계가 지니고 있는 여러 모습들을 통해 자연을 아껴야하는 이유에 대해 알아나가기보다 그와 공존하는 법을 스스로 느끼는 과정은, 늘 수많은 아이들과 나로 하여금 상생의 평화와 기쁨을 흠뻑 맛보게 했다.

4년 전 기자활동부터 지금의 선생님 역할까지, 오름학교에 참여하면서 자연과 어우러지는 아이들과 함께하고, 그 모습을 나의 글로 담아내며 많은 깨달음을 얻는다. 매년 3달간의, 어쩌면 짧디 짧은 과정을 통해 '더불어 살아나감'에 대한 배려와 아낌의 마음을 몸소 익히고 가는, 자연을 닮은 순수하고 아름다운 이 아이들이 더 평화롭고 조화로운 미래를 열어갈 것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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