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환후보의 당선은 전국적인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엎치락뒤치락 역전의 명승부를 펼쳤기 때문만이 아니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무소속으로 당선됐기 때문이다.

사실 정당정치 하에서 무소속이 도지사로 당선되는 것은 극히 드물고 어려운 일이다. 어떻게해서 그는 이런 통념을 무너뜨릴수 있었던 것일까.

지난 5·31 지방선거 때였다. 한 TV토론에서 사회자가 상대후보의 장점을 집어달라고 했다. 이에 라이벌이었던 현명관·진철훈 후보는 이구동성으로 김후보의 부지런함을 들었다.
김후보가 부지런하다는 것은 익히 아는 사실이다. 새벽부터 밤늦게 까지 대소사를 잘 돌아본다는 의미가 담겨져 있었던 것이다.
지난달 9일 김태환지사 이임식에 참석한 신구범 전 지사도 이와 비슷한 얘기를 했다. “김지사를 ‘식겟집 지사’라고 하는데 그게 나쁜 것인가. 나도 도지사를 할때 그렇게 하고 싶었지만 김지사만큼 부지런하지 못해서 못했다”

김후보가 당선된 직후 서울의 한 신문도 그를 ‘식겟집 지사’로 소개했다. 경조사를 통해 다져놓은 밑바닥 조직이 그의 당선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괸당선거’의 특징도 곁들였다.

정말 그랬다. 김후보의 무소속 당선은 연고주의가 강한 제주니까 가능한 것이었다. 또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 김후보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제 ‘식겟집 지사’는 그의 애칭이 되고 있다. 바다건너 서울까지 명성을 떨칠 정도이다. 결코 나쁜 뉘앙스만은 아닌 것 같다.

그러나 문제는 시간이다. 그렇게 경조사를 돌아보는데 황금같은 시간을 허비한다면 산적한 도정은 누가 챙길 것인가. 그럴 시간에 지사는 도민대통합을 고민하고, 한푼의 예산을 더 따내기 위해 중앙을 누비고 다녀야할 것이다. 그는 아무런 지원사격도 받을수 없는 무소속이기에 다른 도지사보다 두배 세배로 더 뛰어야 한다.

지금 제주도정의 현안은 수없이 많다. 그중에서도 예산절충과 외자유치는 ‘발등의 불’이다. 특별자치도의 성패를 좌우한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김당선자는 이제 경조사를 돌아보는 시간을 대중앙 절충과 외자유치에 쏟아야 한다. 그의 공언처럼 이번이 정말 ‘마지막 봉사 기회’라면 더 이상 표를 의식한 행보를 해서는 안된다.

지난 2년 동안에도 이같은 여론은 빗발쳤다. 하지만 마이동풍이었다. “이제껏 이런 방식으로 득표에 성공해왔는데 누가 뭐래도 내 길을 간다”는 식이었다. 선거불패의 맛을 톡톡히 봐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의‘경조사 정치’는 장기적으로 제주발전에 도움이 되지않는다는데 문제가 있다. 무엇보다 유능한 지도자를 배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번 도의원 선거에서도 김당선자처럼 체면 불구하고‘발품’을 많이 판 후보들이 대거 당선됐다. 역설적으로 경조사를 잘 챙기지 않은게 낙선의 이유가 된 것이다.  

이처럼 선출직의 당락 기준이 ‘경조사, 누가 누가 잘보나’가 된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너도 나도 그런 일에만 혈안이 될게 뻔하다. 예산확충과 외자유치는 뒷전이게 마련이다. 더 이상 ‘나쁜 본’을 보여줘서는 안된다.

유권자는 직접적인 이해관계만 따지지, 능력이나 자질 등 면면을 들여다보지않는 속성이 있다. 그런 측면에서 유권자들도 이제는 정신을 차려야 한다.  <진성범/주필>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