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기숙 지음 「창선감의록」

「창선감의록」은 「사씨남정기」에 버금가는 17세기 장편소설이다. 분량도 그러하거니와 50여명이 넘는 등장인물 때문에 그동안 완성된 작품으로 출간되지 못해왔다.

이 소설에서는 선한 행동으로 타인을 감화시키는 의로운 군자 화진, 정성스럽고 우애 깊은 태강 소저, 덕행이 있고 온화한 윤옥화, 옥화의 재치 있는 쌍둥이 남동생 윤여옥, 강개하고 명철한 남채봉, 맑고 곧은 의지의 소유자 진채경, 말끔하고 지적인 선비 백경 등 혈연과 혼인, 의리와 우정의 관계로 얽히고설킨 50여명의 인물이 등장한다.

지체 높은 가문의 남녀가 뜻하지 않은 기회로 만나 연애 감정을 키우고 사랑을 확인하기도 하고, 정치적으로 의로운 사람이 사사로운 이익을 취하기 위해 덕을 배반하는 사람에게 몰려 패배했다가, 다시 의로운 지위를 찾기도 하고, 영웅이 적과 싸워 이기고 나라를 구하기도 하면서 효와 우애가 인생에서 왜 중요하며 어떻게 삶의 의미가 되는지를 생각하게도 한다.

가문소설, 애정소설, 정치소설, 영웅소설, 윤리소설, 가정소설다운 면모를 두루 찾아볼 수 있으면서 고전의 무궁무진한 묘미를 갖춘 소설이기도 하다.  현암사·1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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