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7월 1일 특별자치도 출범을 앞두고 공직사회의 지각변동이 예고되고 있다. 그에 걸맞는 대규모 인사단행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번 인사는 사상최대의 인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서기관급 이상 승진 자리만 무려 20여개에 달한다는 보도이다. 이런 인사풍년에 승진이나 영전하지 못하는 공무원은 팔불출이라는 말이 나돌 정도이다.

뿐만아니라 감사위원장 등 고위 정무직 자리도 많이 신설됐다. 이에따라 일찍부터 선거공신들이 군침을 삼키며 ‘떡반’을 기다리고 있다.

돌이켜보면 지난 도지사 선거는 총칼없는 전쟁이었다. 오직 승리만을 위해 온갖 간교를 다 부렸다. 신의도, 의리도, 지조도 헌신짝처럼 내던진 ‘변절의 줄서기와 줄세우기’가 횡행했던 것이다.

그래선지 여느 선거보다 선거공신들이 크게 북적대고 있다. 당선자 주변에는 벌써부터 이들이 점령군이나 되는 것처럼 포진해 전리품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그러나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논공행상을 해서 성공한 정권은 드물다는게 역사의 교훈이다.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을 돌아보라. 가신과 친인척 때문에 얼마나 고통을 받았는가. 끝내 아들들까지 감옥소로 끌려가는 시련을 겪기도 했다. 이 모두가 선거공신들을 멀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금 노무현 정부도 마찬가지이다. 선거운동 시절의 386참모들을 청와대 등에 배치해 구설수가 끊이질 않고 있다. 취임초에는 최측근 비리가 꼬리를 물어 노대통령 스스로 재신임이라는 승부수를 던질 정도였다.

김태환 당선자가 도민의 신뢰를 얻으려면 이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이제는 대의를 위해 선거공신들을 안면몰수할 때이다. 공과 사는 분명히 구별해야 한다.

그들의 사정을 다 들어주려면 밑도 끝도 없다. 강을 건넜으면 그 수단으로 사용했던 뗏목은 아깝지만 버려야 한다. 물론 인간적으로 매정하고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선거공신들에게 공직을 전리품처럼 나눠주는 것은 도리가 아니다. 선거의 뒷거래에 다름아니다. 그러잖아도 선거전부터 주요 정무직 자리에는 하마평이 2∼3배수로 오르내리지 않았던가.

인사권이 고유권한이라고 해서  ‘신세 갚기’식 인사를 남용해서는 안된다. 선거때 밀약한  ‘자리약속’은 지키지 않아도 무방하다. 도민대통합을 위한 길이 아니기 때문이다.

따지고보면 선거공신들 중에는 ‘한자리’를 노리고 줄선 사람들이 많다. 그런 기회주의자들에게까지 일일이 감투를 씌워준다면 “저희들끼리만 다해 먹는다”는 비판을 면치못할 것이다. 도지사의 인사권은 어디까지나 도민들로부터 잠시 위임받은 것이라는 사실에 유념해야 한다.

도민들은 알고 있다. 지난 도지사 선거때 누가 당선자 캠프에서 선거운동을 했는지 똑바로 지켜봤을 것이다. 이제는 그들이 어느 자리에 기용이 되는지를 주시해야할 차례이다.

또 공무원도 마찬가지이다. 몇몇 간부들은 소리나게 김 당선자를 도왔다. 반면에 낙선한 후보에 줄을 댄 공무원도 없지 않다. 이번 인사에서 그들이 어떻게 부침해갈 것인지 도민들은 눈을 부릅뜨고 살펴볼 것이다.

옛말에도 도박빚과  ‘선거빚’은 죽을 때까지 다 갚지 못한다고 했다. 누구 빚은 갚고, 또 누구 빚은 모른체 할 것인가. 그럴 바에는 차라리 모두 안면몰수하는게 낫다.<진성범 /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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