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태 코치의 대한민국-스위스 관전평

이제 또 한번 우리만의 월드컵이 끝났다. 항상 아쉬움만 남기고 예선에서 탈락하던 한국 축구의 수준이 적나라하게 나타난 경기였다. 스위스의 두번째 골이 오프사이드였고 심판의 판정이 편파적이었다고 다들 말하지만 승부의 중요한 키포인트는 아니었다고 본다. 대표팀이 16강에 진출할 만한 개인 기술이나 전술 운용능력을 갖지 못한 것이 한계였다고 보인다. 다음 월드컵에 나가서 16강에 들기 위해서는 오늘 경기한 스위스보다는 더 강한 전력이 되어야 한다.

한번도 월드컵 무대를 밟아보지 못한 박주영을 스타팅으로 기용하면서 한국팀은 전형적인4-3-3 포메이션으로 경기를 시작했다. 최전방 중앙에 조재진, 좌측 공격수에 박주영, 우측 공격수에 박지성을 기용하고 그 뒤에 이천수를 배치해 앞서의 두 경기보다 공격적인 스타팅으로 나온 것이다. 하지만, 지난 두 경기에서 후반 조커로도 경기장에 나와본 적이 없는 박주영을 스타팅으로 기용한 것은 아드보카트 감독의 패착으로 보인다. 이전 경기에서 후반에 조커로 박주영을 투입해 경기 경험을 쌓고 검증을 해 본 뒤에 기용하는 방법이 바람직했을 것이다. 노련하고 월드컵 경험이 있는 안정환을 스타팅으로 기용하는 게 더 나았을 거라 추측해본다. 전체적으로 득점을 쉽게 할 수 있는 공격의 패턴이 별로 보이지 않았다. 상대의 강한 압박을 이겨내고 돌파하고 침투할 수 있는 개인 능력들도 갖춰지지 않았다.

중앙 수비수들이 압박해 들어오는 상대를 피해 미드필더에 정확한 패스를 연결하지 못하고 계속 조재진을 타겟으로 길게 때려 놓는 형태의 공격 방식도 여전히 풀리지 않는 한국 축구의 한계였다. 이제는 수비수들도 정확한 패싱 능력을 갖춰야 큰 무대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것을 여실히 드러낸 한판이었다. 

지난 두 경기보다 조재진의 컨디션은 한결 좋아졌고 상대 장신 수비수들을 상대로 밀리지 않는 경기력을 보여 주었다. 다만, 조재진이 헤딩한 볼을 예상하고 다른 공격수들이 미리 움직이는 모습이 보이지 않아 원활한 공격을 전개하지 못하였다.  패싱 게임으로 경기를 풀어가지 못하는 우리 팀으로서는 아쉬운 부분이었다. 수비에서는 중앙 수비수들의 수비 능력과 공격 전개 능력이 문제가 있음을 드러냈다. 세트플레이 상황에서 여러 차례 맨투맨 마크를 놓치고 실점하는 것은 예측 능력과 더불어 집중력이 결여된 결과라고 보인다. 또한, 우리 팀도 여러 번 세트플레이에서 득점 상황을 맞아 놓친 부분도 아쉬움이 남는다.

이제 한국 축구의 성적은 온 천하에 알려졌다. 더 나은 성적을 거두기 위해서는 기술을 중심으로 훈련하는 과정이 필요하고 기술적으로 준비된 선수들을 대표팀에 선발하는 합리적인 절차가 필요하다. 체력과 스피드가 결여된 기술, 기술이 결여된 체력은 이제 더 이상 바람직하지 않다. 기술이 바탕이 되어 체력과 스피드가 결합되어야 좋은 경기력을 선보일 수 있다.

여러 날 밤들을 자지 않고 한 목소리로 응원하던 온 국민의 함성이 우리들 모두의 침체되었던 정서를 깨울 수 있었던 점이 무척이나 좋았다. 축구가 우리 국민들의 스트레스를 풀어주고 살맛 나도록 했다면 그것으로 일정부분 소임을 다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마지막 경기에서 스트레스를 안겨준 것만 제외한다면…

그 응원의 함성이 이제 프로축구가 열리는 그라운드에서도 울려 퍼지길 간절히 기도한다. 대한민국, 파이팅!  K-League, 파이팅!<제주 유나이티드 FC 수석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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