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곤 섬아트문화연구소 소장

요즘 저지리 예술인마을을 지나노라면 작은 즐거움이 자리한다.

 몇년전부터 매주 그 곳을 지나게 되는데 말이 예술인 마을이지 건물 몇 채만 놓여있는 삭막한 곳이었다. 명목만 유지되던 저지리에 최근 조각공원이 조성되면서 예술인 마을로서의 본 모습을 찾아가는 것에 제주 문화의 희망과 미래가 보이는 듯하다.

제주를 찾는 관광객들이 예술인 마을에 가면 무엇이 있냐고 종종 묻곤 한다. 얼마 전 그곳에선 제주현대미술관 건축물 상량식과 함께 국제현대조각심포지엄 제막식이 있었다.

많지는 않지만 제주작가를 포함한 국내외 유명작가들의 작품 9점이 설치됐다.
 
다소 늦은감은 있지만 제주에서 국제조각심포지엄이 개최됐다는 것에 매우 고무적으로 생각한다.

저지리 예술인 마을의 국제현대조각심포지엄은 북제주군의 강한 추진력과 함께 한 원로입주 작가의 의지 속에서 피어난 결과물이었다.

국제조각심포지엄은 국내외 작가들이 한 장소에 모여 워크숍과 함께 현장에서 작품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그렇게 만들어진 작품들은 일정한 공간에 놓여지게 되고, 그 장소는 조각공원으로 거듭나게 되는 것이다. 그동안 많은 국내 자치단체에선 국제조각심포지엄을 개최하여 그 지역을 대표하는 조각공원으로 조성해 오고 있다.

저예산으로 치러지는 국제조각심포지엄은 수십배의 경제적 이익과 함께 많은 파급효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또한 국제조각심포지엄은 현장에서 작가들이 직접 작품을 제작함으로 좋은 교육과 함께 볼거리를 제공하게 된다.

제주는 각종 조형물과 미술장식품 시비로 바람 잘 날이 없다. 최근 설치된 제주시 상징조형물도 그랬다.

몇년전 국내 한 지자체에선 지역의 젊은 작가들에게 상징조형물을 공동으로 제작하게 한 적이 있다. 국제조각심포지엄은 아니었지만 어려운 작가들을 위한 배려였던 것이다.

제주도도 어렵게 창작활동을 하고 있는 지역작가들에게 대한 배려와 함께 조형물 공모를 조각심포지엄으로 대신했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성격상 그러지 못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불가피한 경우가 아니라면 제주작가들과 국·내외 작가들에게 조각축제의 장을 제공하고 일석이조의 효과를 기대해 보는 것은 어떨까.

제주적인 특성과 제주다움이 물씬 배인 그런 국제조각심포지엄을 말이다.

저지리 마을에 녹아든 현대조각들을 보면서 여러 가지 사색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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