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성범 주필  
 
말많던 정무부지사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있다. 내일 모레부터는 환경부지사로 바뀌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최창주 정무부지사는 ‘3개월짜리’란 최단명의 기록을 남기고 보따리를 싸게됐다.

최 정무부지사는 이계식 정무부지사가 전격 사퇴하면서 지난 3월 27일 취임했다. 임기는 전임의 잔여기간인 이달말까지 96일간이다. 그래서 발령때부터 ‘선거용 인사’란 논란을 불러일으켰었다. 100일도 채 남지 않은 자리를 공모제도 무시하고 또 호남출신으로 채웠기 때문이다.

정무부지사를 둘러싼 논란은 생존 11년동안 끊임없이 야기돼 왔다. 무엇보다 잦은 교체가 논공행상의 시비를 초래했다.

지금까지 정무부지사는 무려 10명이 거쳐갔다. 지난 95년부터 자리가 생겼으니, 1년에 한번꼴로 바뀐 셈이다. 고위공직자의 수명치고는 비교적 단명이다.

민선1기 신구범 지사는 재임 3년동안 3명의 정무부지사를 임명했다. 또 우근민 지사는 재임 6년동안 5명을, 김태환 지사는 재임 2년동안 2명을 임명했다.

이들 지사마다 정무부지사의 선발기준과 특징도 달랐다. 신 지사는 3명 모두 선거공약대로 산남출신을, 우근민 지사는 주로 선거공신들을 기용했다. 또 김지사는 선거때 소문대로 2명 모두 호남출신을 발탁했다.

그의 역할에 대해서도 말들이 많았다. 흔히 정무부지사는 ‘도지사의 오른팔’로 통해왔다. 권한이 막강해서가 아니다. 선거를 의식한 정략적 기용이 많았기 때문이다. 임용때마다 논공행상 시비가 끊이지 않은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그래선지 정무부지사에게는 늘 반갑지 않은 수식어가 따라붙었다. ‘대독 부지사’‘술상무’‘최고명정감’등 참으로 듣기에도 거북할 정도이다.

법제상 정무부지사의 공식적 역할은 의회와 언론 담당이다. 그러나 그에 따른 하부조직이나 인력은 변변치 않다. 인사권도 없고 결재라인에서도 비켜서 있다. 관료사회에서 잔뼈가 굵은  공무원들이 그를 우습게 여기는 이유이다.

이 때문인지 역대 정무부지사들은 이렇다할 족적을 남기지 못했다. 그래서 2년전 취임한 김지사는 정무부지사를 전국 자치단체중에서는 처음으로 인사청문회를 통해 선발했다. 그리고는 외자유치의 총책이란 ‘초법적’임무를 부여했다.

그러나 빈수레가 요란하다고 했던가. 결과는 종전과 달라진게 없었다. 외자유치는커녕 본래의 역할마저 제대로 소화해내지 못했다는 혹평을 받았다. 심지어는 선거를 2개월여 남겨 앞두고 전격 사퇴해 또다른 억측을 불러일으키도 했다.

이렇게 정무부지사는 민선 도지사의 선거용이라거나, 전리품이란 인상을 남겼다. 인사권을 거머쥔 도지사가 멋대로 주물렀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표를 모으는 ‘득표제조기’로 활용될 때도 없지 않았다.

그런 측면에서 특별자치도 시대를 맞아 정무부지사를 환경부지사로 환골탈태하려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여기에다 조직과 분장업무를 법적으로 뒷받침하고 있어 기대가 크다.

이제는 환경부지사를 제자리로 돌려놓아야 한다. 여전히 정무직이라고 해서 종래처럼 도지사들이 마음대로 갖고 놀아서는 안된다.

도민들은 새롭게 태어나는 환경부지사가 얼마나 이름값과 밥값을 제대로 하는지 눈여겨볼 것이다. 더 이상 예산만 까먹는다는 소리를 들어서는 안된다. <진성범 /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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