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정사상 처음 국회에서 열린 고위 공직자 인사청문회는 꽤 기대가 컸다. 그러나 이틀에 걸친 이한동 총리서리에 대한 청문회는 과거의 청문회처럼 얻을 게 별로 없을 것이란 예상은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청문회 때마다 지적되는 청문 의원들의 정파를 의식한 편가르기 발언, 정치 공세, 소홀한 준비에 따른 중복질문이나 엉뚱한 질문이 여전히 남발했기 때문이다. 인사청문회란 제도의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는 평이다. 이 제도를 만들기 위해 여야가 그 동안 쏟았던 노력이나 기대를 걸었던 국민들을 실망시켰다.

물론 이번 인사청문회에서도 성과가 없는 건 아니다. 국회의 임명동의 대상에 해당하는 주요 공직후보자의 자질, 경륜, 정책과 업무수행능력, 이념과 철학 등이 TV로 생중계 됨으로써 국민들에게 노출됐다는 점. 후보자의 과거 크고 작은 행적, 국정에 대한 견해와 소신, 재산형성과정과 도덕성 등이 드러났다는 점등을 들 수 있다. 또 후보자의 답변이 만족스럽지 않았더라도 청문자체만으로도 적격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청문회에서 나타난 문제점을 보면 우선 국민의 대리인인 청문 의원들은 준비부족으로 제대로 문제나 의혹을 짚지 못했다. 일부 여당의원들은 정파의 이해관계에 치우쳐 아부성 발언, 해명성 질문 유도, 감싸주기식 질문 등으로 본연의 책무를 망각했다. 일부 야당의원들의 정치공세성 장황한 질문, 핵심을 비켜가거나 진위가 밝혀지지 않은 부풀리기성 질문 등도 청문회를 맥빠지게 했다. 때문에 이 청문회가 국민적인 청문회가 아닌 정당 청문회로 변질된 착각을 일으키게 했다. 여여 청문의원들의 부실한 진행은 국민의 알권리를 침해하고 청문회의 취지를 퇴색시켰다는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

인사청문회는 반드시 있어야할 제도이다. 이번 청문회를 거울 삼아 청문의원들은 치밀한 준비와 정비를 해야 한다. 정파를 초월한 자세로 청문회에 임해야 한다. 청문을 받는 후보자나 증인들은 국민들을 향해 솔직하게 답변해야 한다. 특히 인사청문회는 국민적 청문회가 돼야 본래의 취지를 살릴 수 있다.<하주홍·코리아뉴스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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