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성범 주필  
 
꼭 1년전 오늘이다. 제주도민들은 사상 처음으로 역사적인 주민투표를 실시했다. 행정계층구조를 개편하기 위해서였다. 그 결과 오늘의 특별자치도가 탄생하게된 것이다.

어째서 도민들은 그토록 반목과 대립을 해가며 4개 시군을 없앴는가. 무엇보다 행정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였다.

알다시피 제주도의 인구는 55만명도 안된다. 서울 송파구보다도 10만명이나 적다. 그런데도  공무원은 송파구(1400명)에 비해 3배나 더 많다. 기초자치단체를 폐지하게된 결정적 이유이다. ‘물먹는 하마’를 마냥 놔둘수 없었던 것이다.

이유는 더 있다. 4개 시·군이 제주시와 서귀포시를 중심으로 갈라서 있다보니 손바닥만한  제주의 땅덩어리가 6개로 쪼개지게 됐다. 즉 산남과 산북, 동촌과 서촌으로 나눠지는 바람에 도민통합에도 걸림돌이 됐던 것이다.

이 뿐만 아니다. 시군간의 중복투자와 지역간 편중개발, 지나친 예산낭비는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었다. 그래서 도민들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기초자치단체를 광역자치단체로 통폐합했던 것이다.

그러나 결과는 어떤가. 한마디로 엉망이다. 벌써부터 “이럴려고 시군을 없앴느냐”는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혁신안을 적극 지지했던 시민들까지 자책하는 형국이다. 도민은 안중에도 없고 공무원들의 자리보전에만 급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군이 없어지면 정원도 그만큼 줄어들어야 마땅하다. 그러나 어찌된 영문인지 직제는 되레  더 늘어나고 높아졌다. 이달 들어서만 다시 237명의 공무원이 신규발령됐다. 또 현직 공무원들은 잇따른 승진잔치에 취해 있다.

그러다보니 공무원 인건비와 청사 운영비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여전히 도민 세금만으로는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이다. 여기에다 특별자치도 경비는 더 불어날게 뻔하다. 앞으로 그런 예산들을 어떻게 다 확충해나갈 것인지 앞이 막막하다.

문제는 또 있다. 벌써부터 대민행정에 구멍이 뚫리고 있다. 도와 행정시 모두 우왕좌왕이다. 민원처리는 시군 시절보다 더 불편하다고 한다. 자치계층을 축소하면서 기형적인 행정시를 짜깁기해놨기 때문이다.

예산절감 효과도 미미하다. 도는 지난해 주민투표 때만 하더라도 4개 시군이 통합되면 행정비용이 연간 890억원가량 절감될 것이라고 선전했다.

그러나 막상해보니 올하반기 6개월간의 행정비용 절감액은 80억여원에 그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것도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 선거경비 등이 고작이다. 과연 이 정도의 예산을 절감하기 위해 도민들에게 그토록 끈질기게 기득권 포기를 강요했던가.

앞으로도 더 걱정이다. 이러다간 종전보다 예산이 되레 줄어들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그래서 시군 통폐합에 앞장섰던 사람들까지 땅을 치고 있는 것이다.

도는 그동안 “시군이 없어진다 하더라도 결코 국비지원이 줄어드는 일은 없다”고 공언해왔다. 그렇다면 내년에도 폐지된 4개 시군의 ‘떡반’까지 다 받아와야 한다. 특히 제주도로 이관된 해양수산청과 국토관리청 등의 예산도 마찬가지이다. 한푼이라도 더 따와야 한다.  그러지 못할경우 민심이반은 더욱 심화될게 자명하다.

어떤 일이든 제대로 추진하려면 재정이 뒷받침돼야 한다. 하물며 ‘홍가포르’를 지향하는 특별자치도는 두말할 나위가 없다. 시군만 통폐합한다고 특별자치도가 되는게 아니다.

<진성범·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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