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을 모았던 초대 감사위원장과 환경부지사가 내정됐다. 선거와 무관한 뜻밖의 인물이 발탁돼 화제가 되고 있다. 무엇보다 예상밖의 인사이기 때문이다.

알다시피 감사위원장과 환경부지사는 도지사가 임명하는 개방형 최고위직이다. 둘다 1급 정무직과 별정직이다. 그래서 선거공신들마다 눈독을 들이며 낙점을 기다렸던 것이다.

특히 감사위원장은 3년 임기까지 보장돼 있다. 또 환경부지사는 특별자치도의 핵심인 국제자유도시추진국과 도시건설본부, 해양수산본부 등을 진두지휘하게 된다. 이 인사에 도민들의 이목이 집중됐던 이유이다. 그래서 김지사도 50일 넘게 질질 끌며 장고에 장고를 거듭했던 것이다.

그결과 지난달 초 단행한 대규모 통합인사 때와는 대조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무엇보다 사심을 버린 흔적이 엿보이기 때문이다. 굳이 따지자면 두 사람 모두 김지사와 대학과 고교동문이라는 개인적 인연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김지사는 고창실 감사위원장을 내정하면서 “헌법관련 분야의 풍부한 경륜과 원만한 대인관계 등의 장점이 크게 작용했다”고 밝혔다. 연고주의가 강한 제주에서 그나마 선거와 정파를 초월해 중립적으로 감사업무를 처리하는데 적합하다고 판단됐다는 것이다.

그런가하면 유덕상 환경부지사 내정자도 의외의 인물이다. 재정경제원과 기획예산처 등에서 잔뼈가 굵은 예산통이다. 그래서 특별자치도의 대중앙 절충능력의 한계를 극복하는데 보탬이 될 것으로 보인다. 비록 ‘짜고 치는 공모제’를 통해 선임돼 다소 모양은 빠졌지만 그래도 버거운 예산을 따오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김지사가 예상을 뒤엎고 이같은 ‘깜짝 인사’를 단행한 이유는 어디에 있는가. 무엇보다 마음을 비웠기 때문이라는게 측근들의 설명이다.

사실 감사위원장과 환경부지사는 최상의 ‘전리품’이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자리를 선거공신에게 나눠주지 않은 것만도 일단 진일보한 일이다.

따지고보면 도지사 당선을 위해 온몸을 던졌던 측근들을 물리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다. 신의를 저버리는 야박하고 매정한 일이다. 그래서 종전에는 일등공신들이 이같은 개방형 직위를 차지해 논공행상의 시비를 야기했던 것이다.

물론 지금은 그때와는 상황이 크게 달라지기도 했다. 감사위원장과 환경부지사인 경우 도의회의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한다. 이 때문에 객관적으로 검증이 안된 인물을 내정할 수도 없는 처지다. 특히 감사위원장은 도의회의 임명동의 절차까지 밟게돼 공정한 인사가 불가피한 실정이다.

그러나 비단 이 두 자리만이 아니다. 김지사는 특보를 비롯한 다른 정무직에 대해서도 측근들을 멀리하려는 노력을 보였다. 선거당시의 대변인을 지역협력 특보로 특채한 것이 고작이다. 

과연 김지사는 이제 마음을 비운 것인가. 항간에는 검찰 수사로 입지가 좁아진데 따른 부득이한 선택이라는 얘기도 없지 않다. 하지만 김지사가 측근들을 배제하고 능력있는 인재들을 널리 등용하려는 의지를 보인 것은 다행스런 일이다.

앞으로도 그래야 한다. 여론을 의식한 ‘반짝 이벤트’로 그쳐서는 안된다. 더욱 눈을 크게 뜨고 귀를 활짝 열어야 한다. 그래야 도민의 신뢰를 얻을수 있을 것이다. <진성범 /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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