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8월, 동사무소로부터 통장직 제의를 받고 한동안 망설였었다.
거의 남성의 전유물로 인식되는 통장을 여성인 내가 과연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지역을 위해 봉사할 수 있는 기회이기에 승낙하고 지난해 8월 서귀포시 동홍동 3통 통장으로 임명받아 1,200여명의 통 주민을 위해 나름대로 노력해온지 벌써 1년이 지나고 있다.

돌이켜보면, 지난 1년은 나에게 보람과 성취감, 좌절감과 가슴 아픔을 함께 겪어온 시간들이었다고 회고된다. 통 주민들의 불편소리를 동사무소와 시청에 전달하고 개선될 때 뿌듯한 보람이 있었고, 쓰레기 배출문화의 개선과 방역활동 등으로 깨끗한 주거환경이 조성될 때 큰 성취감을 느꼈다.

반면 도시의 특성상 주민의 개인주의적 경향, 여성이기에 부딪쳐야 하는 어려움도 많았다.

이제 남은 1년의 임기동안 동홍동 3통지역이 아파트 중심의 도시형 주거형태를 이루며 다양한 직업형태를 이룸에 따라 이웃간의 무표정하고 딱딱한 지역분위기를 개선하기 위해 이웃간 인사나누기 운동과 쾌적한 지역 만들기를 적극 추진해 산뜻하고 인정이 있는 지역으로 만들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지난 1년간을 돌아보면, 어려움도 많았지만 남성중심의 통장직을 여성도 충분히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게 된 것이 큰 보람이라고 생각된다. 지난달에는 세계여성주간 행사의 일환으로 이영두 서귀포시장님께서 일일명예 동홍동장으로 근무하면서 동행정을 체험하는 기회를 가져보기도 했다.

최근 우리사회에서 여권의 신장과 여성의 사회참여를 촉진시키기 위한 제도와 시책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세계 인구의 50%를 차지하는 여성이 남성과 동등한 위치에서 사회활동과 경제활동에 참여해야 함은 너무나 당연한 것인데 오랜 사회적 전통을 깨기에는 넘어야 할 과제가 많은 듯하다.

필자는 여성의 사회참여 혹은 양성평등사회를 만들어가는 것은 사회적 의식의 변화와 자녀의 보육문제 등 제도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여성의 자신에 있다고 생각한다. 여성자신이 남성에 뒤지지 않는 능력을 배양하고 스스로 남성과 동등하다는 의식으로 적극적인 사회참여 의식을 가져야 할 것이다.

'나는 여성이니까 더 배려해줘야 한다'는 생각도 버려야 할 것이고, '이것은 남성들이 하는 일이다' 는 생각으로 접근을 기피하는 사고도 버려야 할 것이다. 당당히 경쟁하고 능력을 발휘해 여성이 남성  못지않은 이 사회의 발전에 이바지 해야 한다.

그래서 이 사회에서 여성통장은 희귀한 것이 아니라 당연한 것이고 사회를 이끄는 지도층에 많은 여성이 참여하는 사회가 되기를 소망해 본다.<서귀포시 동홍동 3통장 유 성 희>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