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컨은 물론 선풍기도 없던 6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조상들의 여름나기는 계곡물에 발을 담그거나 우물을 퍼서 등물을 하는 것이 고작이었고, 냉장고는 커녕 전기조차 없어 여름철 얼음과자 팥빙수는 생각할 수 없어도 자연을 이용해 무더운 더위를 슬기롭게 이겨냈다.

대대로 전해져 오는 우리 선인들의 여름철 생활모습은 여러 면에서 독특한 지혜가 돋보인다. 아무리 무더운 여름철에도 우리의 오랜 주거공간인 한옥의 대청마루에 누우면 서늘한 그늘과 자연통풍 그 자체로도 좋은 피서였다. 흙으로 벽을 바르고 기와로 지붕을 얹고 또 들창문을 내고 마루를 놓은 우리의 전통 한옥단열은 통풍이 우수할 뿐 아니라 특히 흙의 성분에는 항온, 항습 효과는 물론 독소제거와 분해, 정화작용 등의 효과도 있어 건강에도 좋았다.

풍류를 즐기던 우리 조상들은 무더운 여름밤 삼베옷과 열 두 개의 대줄기를 얼기설기 엮어 만든 죽부인을 가슴에 품고자면 대나무의 차가운 감촉뿐만 아니라 솔솔 스며드는 시원한 바람에 저절로 숙면할 수 있었다. 이제 몸에 좋지 않은 인공바람을 끄고 대나무로 만든 소품 하나, 시원한 모시 한 벌, 떠들썩한 휴가도 좋지만 가까운 계곡을 찾아 흐르는 물에 발을 담그고 그 동안 읽고 싶던 책 한권 읽어본다면 더위가 저만치 물러가는 진정한 웰빙 생활이 아닐까 생각한다.

최근 급속한 냉방기기의 보급 확대 결과 전력수요의 급격한 증가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적절한 전력예비율은 15% 내외로 보고 있는데, 무더위가 기승을 부렸던 지난 94년의 경우는 전력예비율이 2.8%까지 낮아져 전력공급에 비상이 걸렸던 때도 있다. 제주지역 금년도 최대전력수요는 전년대비 11.3%증가한 53만 3000㎾로 예상되며 이에 대응하기 위한 최대공급능력이 55만 3000㎾(예비율 3.8%)로 이상고온현상으로 무더위가 지속되거나 지역별로 과부하현상에 의한 수전설비의 파손 및 발전소의 예기치 못한 고장 등이 발생하면 안정적인 전력공급에 차질이 올 수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이제 집안의 우중충한 커튼은 다 떼어내고 유리창을 말끔히 닦은 뒤 시원함을 느낄 수 있도록 한지를 접어 창틀에 붙여 시원한 분위기 연출을 하고 아파트 베란다나 집 정원 및 옥상에는 집안에서도 자연을 느낄 수 있도록 다양한 식물을 가꾸는 등 생활의 변화를 주는 것이 시원한 여름나기의 한 방법인 것이다. <송기수 / 에너지관리공단 제주도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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